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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따로' 정치개혁 합의까지는 '멀고먼길'

정치개혁을 위한 여야의 법안이 일단 마련됐다. 그러나 ‘정치개혁’이란 제목만 같을 뿐 내용은 판이하다. 양쪽의 합의가 이뤄지기 까지 과정은 산 넘어 산의 형국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여권은 여권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워낙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집안 내부의 목소리 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다. 집안의 의견 조율을 거쳐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려 해도 피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선은 10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낼지 의문시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정치개혁법은 96년 총선 훨씬 전인 94년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의원정수·지구당 폐지 일치, 나머진 ‘상극’

여야가 각각 밝힌 개혁안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의원정수와 지구당 폐지 정도이다. 선거구제 변경, 정당명부제 도입, 선거연령 조정 등 각론 대부분이 상극의 형태이다.

지난달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단일안에 이어 한나라당 정치개혁안이 발표된 것은 지난 1일. 한나라당의 당론이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구제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복잡한 상황이라 개혁안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는 먼저 국회의원 정수를 여권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299명에서 10% 정도 감축한 270명선으로 줄이기로 했다. 선거구제는 여권의 중선거구와는 달리 소선거구제를 유지키로 결론냈다.

또 공동여당이 추진하는 1인2투표제 및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은 단연코 반대이며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의 비율도 여권의 2대1 방안과는 달리 지금의 5.5대1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한나라당이 당내에 중·대선거구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적지않음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역시 소선거구제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여권 수뇌부가 지극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및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선거구 협상에서 부터 강수를 두기 위한 포석으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나라당 특위는 선거연령의 경우 현행 20세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여권이 19세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특위안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연합공천금지 및 처벌규정의 명문화이다. 특위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공천제가 지역감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헌법과 정당법 등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정당추천후보자는 다른 정당으로 부터 지지 또는 추천 사실 표방을 금지하고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대상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연합공천문제 등서 첨예한 대립예상

선거구제 변경과 정당명부제 도입은 물론 연합공천 금지 및 처벌규정의 명문화 부분도 여야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공천 불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전략적 제휴의 근간을 흔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여권으로서는 완강하게 저지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간접지원 활동을 벌였을 경우도 처벌토록 했으며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사범 수사는 특별검사제를 도입, 전담토록 했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한다는 의미에서 여권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지구당을 없애는 대신 연락사무소를 유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이 개혁안을 내놓자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양당 정치개혁특위 등을 열어 김대중대통령 등 수뇌부 4인이 합의한 정치개혁 단일안의 후속 조율작업을 벌였다.

양당의 개혁특위 등에서는 지역구 의원수 감축에 따른 시·도별 선거구 조정을 위해 현재의 지역구 의석이 줄어드는 비율대로 시·도별 의석수를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방안과, 각 도에 2석을 먼저 배당한 후 나머지 의석을 시·도별 인구비례에 따라 줄이는 선관위안 등 2개안을 놓고 협의했다.

국민회의는 현 지역구 의석 감축 비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의석수를 줄이는 방안을 유력안으로 제시했으나 자민련은 인구비례에 따라 줄이는 선관위안을 선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양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은 특구인 제주, 강원에 기본 1석을 할당하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하는 방안이 지역별 차이를 감안한 것이라는 의견에 서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양당은 선거구당 3_4인을 뽑는 방식으로 선거구 조정이 어려운 일부 광역시에 대해서는 당초 배제키로 했던 2인 선출 선거구제를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양당은 정치개혁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지역구 후보의 민주적 선출방안과 정당명부 작성과정의 투명성 확보방안, 완전 선거공영제 등에 대한 조문화작업 등도 병행했다.

상당한 마찰을 빚었던 선거연령 하향조정 문제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19세로 낮춘다는 국민회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정당 설립요건도 지구당 폐지에 따라 난립을 막는 선에서 크게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단일 정치개혁안을 마무리해 한나라당과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손태규·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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