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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 붉은 페인트 세례

김영삼 전대통령이 지난 3일 당한 ‘페인트 세례’가 정국 전체에도 심상찮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사건이 한 사람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정치공작에 의한 계획적 테러’라는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대통령의 대변인역인 박종웅의원은 사건 직후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야만적 살인행위”라며 테러배후로 현 정권을 지목했다. 김광일 전청와대비서실장도 일본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현 정권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김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적 배후조종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은 성명에서 “백주에 공중장소에서 테러를 당했다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물론이고 치안부재를 정면으로 입증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경호소홀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며, 아울러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를 가려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진상을 철저히 밝혀 행위자를 엄벌하고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경호와 신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떠나려다 박의정(71·미국 샌프란시스코시 거주)씨가 던진 붉은색 유성페인트가 담긴 달걀에 얼굴을 정면으로 맞았다.

사건 직후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은뒤 오후 일본에 도착한 김 전대통령은 A4용지 7쪽짜리 회견문을 통해 현정권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독재자에게 이런 일을 몇번 당했지만 30년전 박정희 독재자시절 초산테러를 당했을 때 생각이 떠오른다”면서 “두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살인적 행위’이며 (나를) 봉사로 만들어 버리면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연내 내각제 개헌 이행을 촉구, 김대중정부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렸다.

이같은 김전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회의는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손태규·주간한국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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