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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쟁탈전에 나선 은행의 '두 얼굴'

은행들의 우수대출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지부진하면서 여유자금이 크게 늘어난데다 예대마진은 축소돼 수신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출고객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수고객 확보경쟁은 거래가 없는 고객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신용대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용도가 대출의 기준이 되는 선진국형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될 경우 신용도가 높은 고객의 확보는 은행들에게 발등의 불이 된다.

최고 5,000만원까지 신용대출

신한은행은 개인신용평점 시스템을 토대로 개인의 신용도를 측정, 대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단순히 직장이나 수입 등 외형적인 기준외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고려해 기준을 마련했으며 거래가 없던 고객도 일정기준 이내의 신용도만 인정받으면 대출받을 수 있다. 최고평점을 받은 고객은 5,000만원까지 필요한 만큼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금리도 지점장의 재량으로 1%포인트 할인해준다.

조흥은행도 직급이나 재직기간 등 등급에 따라 최고 3,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조흥은행은 영업점별로 10명 안팎의 대출모집인을 채용, 가계주택자금 대출고객을 유치하는데 활용중이다.

하나은행은 가계신용대출평점시스템을 여신센터에 연결, 일선지점에서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의 신용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보증인 없이 가능한 대출한도가 화면에 출력돼 한도내에서 대출이 자동승인된다.

한빛은행은 보증인없이 고객의 신용평점에 따라 신용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신용분석모델을 개발, 개인의 직업·재산 등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주택은행도 신용평점, 직업등급, 연소득 등을 감안해 개인별 신용등급 또는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무보증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그럴듯한 ‘서비스’, 보험연계 대출

우수고객 확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보증 신용대출의 부실률이 높아지자 일부 은행들이 고객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보험연계 신용대출’ 제도를 도입,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J은행과 P은행은 무보증 신용대출 고객을 대출금액 만큼의 보험에 자동가입시켜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토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J은행은 대출금 5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무보증 신용대출 고객(20~55세)을 대상으로 무료로 1년짜리 단체보험에 가입시킨 뒤 사망시 받는 보험금으로 먼저 대출금을 갚도록 할 계획이다. 대출금 1,000만원당 연간 1만5,000원 정도의 보험료는 은행측이 부담할 계획. 이에따라 J은행은 연간 10억원 정도의 보험료 부담을 지게 된다.

5월말 현재 J은행의 가계대출(3조5,700억원)중 무보증 신용대출(5,500억원)은 전체 대출액의 16%, 계좌수로는 23만여개에 이르나 무보증 신용대출의 부실액도 연간 수백억원(약 10%)에 달한다.

P은행도 이달말부터 500만원 이상 신용대출 고객이 질병과 상해로 사망하거나 100% 후유장애가 발생할 때 보험금을 타게 하고, 보험금으로 일단 대출금을 먼저 갚도록하는 ‘대출고객에 대한 보험 서비스’를 실시한다.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일정 금액 이상의 예금에 드는 고객에게 일부 상해보험 성격의 부대 서비스를 제공한 적은 있으나 대출금 상환과 보험을 연계시킨 제도는 없었다.

이와 관련,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신종원(40)실장은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보험을 채권 담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 뿐 아니라 신용제도 정착의 방법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연대보증제도 폐지 등 신용제도 정착 과정에서 선진금융기법 도입 등 정공법을 택하지 않은 채 변칙적인 채권확보책 마련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 덮어씌우기, 부실 부추겨

금융기관들의 관리(여유)자금이 많은데다 IMF사태로 사상 처음 콜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금융기관간의 ‘자금 덮어 씌우기’도 벌어져 금융부실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고속에 사장시키는 것보다는 다른 은행에 예금시켜 금리라도 챙기려는 것이다.

수익률이 높은 유가증권은 리스크가 많아 함부로 자금을 운용할 수도 없고,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려면 5대그룹이 발행한 회사채가 좋으나 물량이 적으며, 국공채는 안정성면에서는 제격이나 금리가 너무 낮은 단점이 있어 임시방편으로 자금 덮어 씌우기를 하고 있다.

현재 콜금리는 5%도 채 안된다. 때문에 은행들은 여유자금을 6~7% 금리인 다른 은행에 예금해 그 차액을 따먹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의 금리는 8%선이어서 주 타깃이 된다.

정부는 금융기관끼리의 예금 주고 받기를 하지 말라고 하나 금융기관들은 자금운용의 임시방편으로 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호전돼 자금수요가 늘어나야 없어진다는 것이 은행관계자들의 얘기다.

문제는 금융권에서 온 예금은 규모가 크고 또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예금을 받아들인 은행지점등은 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올들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나 우수대출고객 잡기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자금 덮어 씌우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부실채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고정이하 무수익여신)은 65조4,000억원으로 작년말 60조2,000억원에 비해 5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부실채권은 은행권이 37조6,000억원으로 4조원, 비은행권이 27조8,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이 각각 늘었다. 부실채권은 3개월이상 연체대출금이나 부도, 화의, 법정관리, 협조융자 여신 등으로 이자를 받지못하거나 회수가 어려운 여신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이같은 부실채권 증가가 신규부실의 발생이라기보다 올들어 기업 여신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등 자산건전성분류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기존의 요주의여신 등이 부실여신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건전성분류기준 강화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규모는 은행권이 3조7,000억원, 상호신용금고 1조9,000억원 등으로 작년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부실채권 규모는 4,000억원 정도가 감소한 59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금감원은 말했다.

금감원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앞으로도 부실채권 신규발생 규모는 크지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부터 국제적인 수준의 자산건전성분류기준이 도입되면 기존 채권의 부실화로 무수익여신 규모가 다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낮은금리, 현금 보유 늘어

한편 국내경기의 회복과 함께 민간소비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시중에 풀린 현금규모가 13조원선을 돌파, 6개월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현금통화(평잔기준·계절조정치)는 13조672억원으로 4월의 12조9,461억원보다 1,211억원이나 늘어나면서 지난해 2월 13조868억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현금통화 규모는 작년 3월 12조6,000억원, 4월 12조4,000억원선으로 줄어든 뒤 연말까지 12조4,000억원대를 유지했으나 올들어서는 1월 12조6,084억원, 2월 12조7,031억원, 3월 12조8,637억원으로 지난해 12월이후 6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금통화 증가는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민간의 경기회복 기대감도 크게 확산돼 소비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시중 실세금리의 급격한 하락으로 금융기관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짐으로써 현금보유성향이 높아진 것도 현금통화의 증가세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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