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경제교실] 원화강세, 수출에 '빨간불'

최근 실물경제가 지표상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가 올초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투자도 4월 들어 점차 회복 양상이다. 또한 반도체, 자동차에 국한되던 생산 증가세도 4월 들어서는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올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을 훨씬 웃도는 4.6%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표상의 회복세가 지속가능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우선,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지표상의 회복세는 98년의 지나친 위축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고, 지표상의 높은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절대 규모 자체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소득 양극화와 고실업의 지속, 기업들의 경기 전망 불투명 등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의 증가세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여부, 엔저 심화 가능성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월말 이후 원화 환율의 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수출 경쟁력약화와 이에 따른 수출 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최근의 국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수출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경기 회복과 경제 위기 극복은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환율의 추이

5월중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외환시장 수급 조절 대책의 영향으로 한때 1,200원대로 상승했으나, 5월말 이후 기업의 외자 유치 자금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달러화 공급 우위 기조가 확대되면서 하락세로 반전하였다. 특히 정부의 환율 방어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가 확산되고 이에 따른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으로 인한 달러화 손절 매도세가 증가하면서 달러당 1,170원선이 무너지는 등 환율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원/100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인해 엔/달러 환율이 오히려 120엔 전후 수준의 상대적인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100엔 환율은 4월말 1,000원선이 붕괴된 이후 계속 하락하여 추가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정부의 지속적인 환율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계속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에 엔/달러 환율은 당분간 120엔대 전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99년말경에는 원/100엔 환율이 93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과 적정 환율

원/100엔 환율의 추이는 직접적으로는 對日 수출에 간접적으로는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전체 수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원/100엔 환율이 하락하면 對日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간접적으로는 일본과 경쟁 관계가 심한 가전, 자동차, 기계 업종 등 수출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전체 수출을 감소시킨다. 일본이 우리의 3대 수출국중의 하나이고, 한·일간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들의 국내 수출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100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수출과 무역 수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 우리 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감안한 적정 원/100엔 환율은 어느 정도일까?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업종별로 비용 구조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990~1,000원선이 적정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원/100엔 한율이 970~980원선을 유지한다면, 철강과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된다. 특히 현재 우리 경제 여건상 내수가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고, 세계 수입 수요도 여전히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단가를 인상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환율 하락은 제조업을 비롯한 대부분 업종의 수익성을 악화시킴으로써 경기 회복세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수출 목표 달성을 통한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기업들의 적정 이윤 확보를 위해서는 100엔당 990원 이상의 환율이 유지되어야 한다.

대응과제

원화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물가 안정효과, 외채 상환 부담 경감 등과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인한 수출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수출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수출 감소는 전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환율 변동에 원화 환율이 연동되어 원/100엔 환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절히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외환 수급 대책을 통해 환율 방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인 동요를 안정시켜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격경쟁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수출 전략을 마케팅, 디자인, 품질 등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동시에 환리스크 관리 기법의 도입을 통해 환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환율의 급등락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한 점을 감안하여 향후 환율 정책은 환율의 변화 방향뿐만 아니라 환율의 변동폭을 축소시키는 데도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김범구·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주임연구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