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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인상은 경기회복 걸림돌

최근 미국 FRB(연방준비위원회)산하인 FOMC(연방 공개시장조작 위원회)는 지난 18일 단기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언제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예상돼온 미금리 인상이 당분간 유보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제 겨우 경기 회복기에 들어선 지금 여전히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미 지난 4월 미국 소비자 물가가 0.7% 올랐을 때부터 꾸준히 예상되어 왔다. 최근 9년간 사상 최장의 경제 호황을 누려왔던 미국 경제가 과열의 기미를 보이자 미국정부로서는 이제는 방치만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FRB의 결정은 아직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미국 증시의 취약성으로 경제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현 금리를 유지하되 정책기조는 통화긴축으로 잡겠다는 정책적 사전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최근 OECD를 비롯한 각 국제경제기구들은 미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대해 회의를 표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신중한 정책 대응을 요구해왔다. 미국의 과열된 경기가 조속히 조정돼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일것이다. 그러나 미국내에서는 이미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며 시기상의 문제만 남아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번 FRB의 조치도 금리인상의 예고편 성격이 강해 금리인상 유보 표명에도 불구하고 벌써 주요국 주가와 통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에 관한 이론 중에는 우스갯 소리로 ‘서류가방이론(Briefcas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FRB의 위원장의 가방의 크기를 보면 알 수있다는 것이다. 대폭적인 금리조정시의 서류가방은 설명자료로 인해 평소때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처럼 금리인상의 시기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시기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 인상을 점치고 있다. 미국 금융 전문가중 약 80% 정도가 오는 8월이나 11월 FOMC회의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상폭의 경우는 금리 인상이 빨리 이루어질 경우에는 0.25%포인트 정도가 될 것이며, 11월까지 늦어질 경우에는 약 0.5%포인트 까지도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IMF체제 이후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국제화 시대를 맞이했고,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시장은 대외 경제 환경 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이제 미국의 금리 움직임은 바로 우리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물론 그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드나 대략적으로 볼 때 한국의 경기회복 속도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만은 사실이다. 미국금리가 인상될 경우 우리경제의 금융부문 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금융 부문의 경우 미국금리인상은 뉴욕증시의 침체를 초래해 연쇄적으로 한국 증시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미국 재무부 증권(TB)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의 주식시장은 또다시 침체를 맞게되고 경기회복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금리인상은 해외차입금리의 인상을 초래하여 우리나라의 외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455억달러에 달러인데, 이중 80%정도가 변동금리부 조건으로 차입한 것이다. 따라서 금리가 0.5%포인트만 증가해도 이자부담은 5억달러 이상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또한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어 우리나라도 국내 금리의 인상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5월초 미국의 TB 수익률이 0.3%포인트 가량 상승하자 국내 회사채 금리도 0.7% 정도 상승하는 급등세를 보인 적이 있다. 국내 금리가 덩달아 인상될 경우 이로 인해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의 투자가 더욱 위축되고 개인소비 또한 위축돼 경기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실물부문의 경우도 미 통화긴축에 따른 미국민의 소비 감소로 인한 대미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금리인상에 따라 미 증시가 폭락할 경우 미 국민의 60%가 주식투자자임을 감안할 때 미 국민의 소득감소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내 소비 측면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상대적으로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와 원화의 강세로 이어져 한국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엔 달러 환율은 4월말 1달러에 120엔 대로 진입한 뒤 5월 18일 FRB가 통화긴축과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예고하자 124엔까지 올랐다. 지난해 10월이후 강세를 보이던 엔화가 7개월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일간의 금리격차 확대에 따른 엔화약세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미국 금리인상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에 관한 시나리오는 그동안 저금리정책으로 증시를 살려 실물경제를 되살려 온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게 된다. 미국 금리동향을 꾸준히 주시하면서 금리 하향안정화를 가능한 한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특히 아직도 부진한 기업의 설비투자에 보다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외국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금리를 미국 금리보다 다소 높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국내금리가 너무 큰 폭으로 오르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또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기업의 설비투자 유인을 위해서는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의 보완책이 병행돼야 하며, 기업의 투자여력을 제한하는 부채비율 200%달성 등의 경직적인 정책 운영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관 모든 경제 주체들이 미금리 인상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급격한 자본 유출시의 대비계획 등 기초여건부터 차분히 재점검하여 세계 경제의 불안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박용주·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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