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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고삐 풀리는 '일제', 대공습 임박

6월말에 16개의 수입선다변화 대상 품목이 해제되면서 20여년간 지속된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완전 폐지된다. 수입선다변화제도는 1978년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취약한 국내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하에 도입된 제도이다. 과거 5년간 수출입액의 비교를 통해 무역역조의 폭이 큰 국가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품목별 무역 적자를 기준으로 적자폭이 큰 제품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에 한정적으로 적용되어 왔으며, 대일(對日) 통상마찰의 주요 대상이 되어왔다.

수입선다변화 품목은 94년의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계기로 대상 품목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왔고, 99년 말까지 완전 페지할 계획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IMF사태를 겪으면서 협상과정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대신 이 제도의 폐지 일정을 6개월 앞당겨 시행하기로 함으로써 7월부터 완전 폐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작년 말에는 사진기, 캠코더, 밀링머신, 지프형자동차 등 32개 품목이 해제됐으며, 오는 6월 말에는 타이어, 엔진부품, 굴삭기, 수치제어식수평선반, 머시닝센터, 전기밥솥, VTR, 무선전화기, 25인치이상 컬러 TV, 승용차, 자동차 부품, 사진기 등 16개 품목이 해제되어 제도 자체가 완전 폐지된다.

품목별로 영향에 차이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폐지가 국내 관련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IMF 체제 이후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KOTRA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돼도 일본 기업들의 본격적인 진출 시기를 내년 이후로 전망됐다. 이는 우리나라 시장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내년 이후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일본 업체들의 우리나라 시장 진출이 부품공급, 기술이전, 제3국 생산 등 간접적인 방식이었던데 비해, 일본 업체에 의해 직접 행해질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업체의 기술 이전 및 부품 기피로 국내 업체의 기술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국내시장에 직판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마케팅 면에서도 우위를 점해 시장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진 업체와 직접 경쟁함으로써 우리나라 제품의 취약점으로 평가되던 품질에서의 고도화, 이미 구축된 유통 및 AS망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등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돼도 품목별로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 먼저 일본의 경쟁력이 높은 가전의 경우 가격 경쟁력, 유통 및 AS망, 밀수품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은 시장 추이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이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캠코더, 디지털TV 등 고부가 제품의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 캠코더의 경우 이미 밀수나 여행객 등을 통해 일본 제품이 보급되고 있으며, 아직도 보급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일본 업체가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와 무선전화기 등은 국내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다른 품목에 비해 영향이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는 국내 업체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국내 수요처인 자동차 업계와의 관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선전화기도 국내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가까워 일본 업체의 시장진입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머시닝센터와 수치제어식 수평선반 등 국내 업계의 경쟁력이 취약한 공작기계는 이번 해제 품목중 가장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공작기계는 전세계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공작기계 산업 기술도 대부분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고 있어 대 일본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중저가 보급형 공작기계는 가격경쟁력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머시닝센터와 수치제어식수평선반 등 고부가제품을 일본 제품과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산업은 단기적 파장은 작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매우 큰 품목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외환위기로 인한 자동차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에 따라서 시장 진출을 보류하고 있다. 또한 영업망의 확보, AS망 확보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수입제한이 풀리는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디자인 성능면에서 우수한 일본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일본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차량보유대수나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진출의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철저한 품질관리와 내구성, 연비 등을 무기로 진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다만 외국산 제품 특히 일제에 대한 배타적인 국민정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경쟁력 등이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차는 소형의 경우 국산차에 비해 2배 이상 비싸 가격경쟁력이 낮은 반면, 대형승용차는 가격차가 줄어들어 일제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술과 품질 경쟁력 강화만이 살길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폐지는 결국 주요 산업에서 일본 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완전경쟁 체제에 진입함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제품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과 경쟁 관계가 높아 국내 시장의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고급제품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이고, 내구성 및 AS 등 품질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비결은 결국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에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가전, 기계, 자동차 등 이번 수입선다변화 해제 품목에서 저급 기술의 범용제품에서는 이미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부문별로 고부가 제품에 대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 공용화 및 표준화 추진, 국내 경쟁업체간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부품 전문업체의 육성 등 국내의 경쟁력 하부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으로 기술 제휴와 부품 수입을 미국, 유럽 등으로 다변화함으로써 기술도입 비용을 낮추어야 하며, 자동차, 가전 등 일본과 경쟁 관계가 높은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신광철·현대경제연구원 주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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