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빠찡꼬 의혹' 왜 못벗기나

‘굴 속에 숨어있는 뱀의 꼬리가 드러날 것인가.’

경찰이 최근 수사를 시작한 빠찡꼬게임기 로비의혹 사건을 두고 빠찡꼬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굴 속에 숨어있는 뱀’은 다름아닌 빠찡꼬업계. 93년 르포집 ‘빠찡꼬 코리아’의 저자 김성길(49)씨는 권력과 금력, 폭력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복마전 같은 빠찡꼬업계를 도무지 길이나 형태를 짐작할 수 없는 ‘굴 속의 뱀’에 빗대어 표현했다. 그만큼 수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빠찡꼬업계 안팎에서는 경찰의 빠찡꼬게임기 로비의혹 사건 수사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빠찡꼬게임기 로비의혹

이처럼 수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높은’ 빠찡꼬업계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은 4월27일. 국내 최초로 영상물등급위원회(당시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심의를 통과한 빠찡꼬게임기 ‘환타지로드’의 심의통과 경위가 석연치 않기 때문.

사실 빠찡꼬업계는 ‘환타지로드’가 심의를 통과한 후 환호성을 질렀다. 마침내 정부가 빠찡꼬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업자들이 비슷한 게임기를 계속 심의신청했지만 번번이 통과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비의혹’이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로드’와 똑같은 게임기를 다른 이름으로 허가신청을 내도 합격되지 못했다”며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권력, 금력, 폭력이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를 맺어온 빠찡꼬업계의 속성을 알고 있는 업계를 중심으로 소문이 요란하게 떠돌기 시작했다. ‘권력의 핵심실세를 등에 업은 조직폭력배들이 움직였다.’ 이 정도 소문이면 사태는 심각해 진것. 결국 업자들 등쌀에 못이긴 문화관광부는 지난 4일 경찰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현재 국내에서 법적 허가를 얻은 빠찡꼬업소는 한 군데도 없다. 빠찡꼬업계의 대부 정덕진사건이후 정부가 전면금지 방침을 정해 96년 5월 부산 남구 동화빠찡꼬업소 폐쇄를 끝으로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 하지만 ‘빠찡꼬 시장’은 93년의 경우 호텔 빠찡꼬업소 320개, 무허가전자도박장 1,500여개, 간이도박장 4만개 등 전국적으로 4만2,000여개에 이르고 오가는 돈만 연간 2조원 안팎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여전히 지금도 음성적으로는 수많은 빠찡꼬기계들이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고 또 노리고 있다. 빠찡꼬업소 단속을 맡고 있는 경찰 관계자의 말. “한번 빠찡꼬로 돈을 벌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만큼 쉽게 돈버는 방법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단속을 해도 또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일본 빠찡꼬게임기인 ‘로드스타’를 그대로 들여온 ‘환타지로드’의 심의통과는 업계로서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빠찡꼬 허용을 알리는 신호탄 아니면 특정업체에 대한 명백한 특혜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후 ‘환타지로드’허가는 취소되고 말았다. 이와관련 빠찡꼬업계 관계자는 “만약 ‘환타지로드’가 허가를 얻어 대량판매가 가능했다면 최초의 본격적인 일본식 빠찡꼬게임기이기 때문에 게임기 개발업자는 최소한 3개월 만에 1,000억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기 개발업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1,000억원이라면 업소에게 돌아가는 돈은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검은 삼각관계

일반적으로 빠찡꼬 업소는 대부분 2~10인이 동업한다. 로비도 대부분 현금보다는 지분배분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1인당 지분은 소주주가 최하 5%에서 대주주 80%까지 다양한데 지분보유 실태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평균 20~30평 규모 1개 오락실에 설치하는 슬롯머신 수는 기본이 40대. 업소의 월매출액은 설치대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줄압아 10억대 안팎. 위법적인 시상률과 승률조작으로 순수익은 4억~6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소자본을 투자, 단시간에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빠찡꼬업계의 특성상 영업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는 그만큼 치열하다. 이는 곧 폭력조직은 물론 권력, 금력과 깊숙한 공생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폭력, 금력, 권력의 ‘검은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93년 정덕진 사건 수사결과 드러났듯 폭력배들의 자금원이 되면서 언제나 권력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사촌동생 우환씨가 88년 빠찡꼬허가 관련 수뢰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고 5공때에는 빠찡꼬업계가 이순자씨가 운영하던 새세대육영회에 찬조금을 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빠찡꼬게임기 로비의혹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 언제든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수 있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불거진후 경찰이 정식으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검찰은 물론 청와대 사직동팀, 국정원 등 각 사정기관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등 신경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다시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굴 속의 뱀의 꼬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박천호·사회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5월 제2829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이탈리아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