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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자락'에 휘청대다 '畵亂'으로 점입가경

돌고 돌던 소문이 또 ‘어지간한’ 사실로 드러나게 될까? 아니면 또 ‘언론의 마녀사냥’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까?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측이 운보 김기창화백의 그림 250여점을 60억원에 사들인 사실이 밝혀져 ‘고가 옷 로비’에 이어 ‘그림 로비’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운보 그림 구입 사실이 보도되자 야당은 21일 즉각 “호화의상은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고가의 고서화였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그림 로비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안택수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의란(衣亂)의 실체 뒤에 숨은 화란(畵亂)의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며 ‘이형자 리스트’의 실체를 즉각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 역시 장관 부인들에 대한 고가옷 로비 의혹과 함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고가그림 상납의혹, 정치권 새 국면에

특히 한나라당 이신범의원이 최회장측의 60억원대 그림구입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이미 국회에서 고가옷 로비 의혹과 별도로 “이형자씨가 이화여대 동문 고위층 부인들에게 고가의 그림을 상납한 의혹이 있다”며 그림 로비설을 제기한 바 있어 청와대나 국민회의측의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선선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당시 대통령 부인 이희호여사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그림 로비설 의혹을 제기해 국민회의로부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검토된 상태다.

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그림 매입 사건은 “이형자씨가 개인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사들인 것”이라는 청와대 사정팀과 국민회의의 해명에 걸리는 부분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이번 사건의 조각들을 들여다보자.

먼저, 최회장은 지난해 말 운보 그림 250여점을 60억원에 구입했다.

운보의 장남인 청각장애인복지회 김완(50) 회장에 따르면 최회장측은 지난해 12월 5일 자신을 통해 ‘대생문화재단’ 명의로 운보 작품 180점을 40억원에 구입했다. 이어 역시 김씨의 주선으로 다른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던 운보의 산수화와 바보산수화 등 70여점 20억원 어치를 따로 구입했다. 최회장측이 1차로 산 그림에는 추상화와 글씨추상화가 많았고 500∼1,000호짜리 대작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회장측은 충북 청주에 김씨의 어머니이자 운보의 부인인 고(故) 우향 박내현 박물관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김씨로부터 우향의 그림 90여점도 기증받았다. 김완씨에 따르면 당시 최회장측은 서울 여의도 63빌딩 옆 라이프쇼핑센터를 헐고 그 자리에 운보미술관을 짓겠다는 약속도 했다는 것이다.

구입시기, 방법 등 납득어려운 점 많아

의혹이 생기는 이유는 최회장측이 자신의 구속설이 파다하게 떠돌고 신동아그룹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되던 시점에 그런 거액을 주고 “(아내의) 개인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그림을 사들인 행위가 과연 상식적인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그림 구입시 구입자 명의로 사용한 ‘대생문화재단’은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유령기관으로 밝혀졌다. 이런 ‘재단’에 구입비를 제공한 경위와 구입비의 출처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운보 미술관 격인 ‘운보의 집’이 이미 충북 청원에 있는데 다시 서울에 운보미술관을 짓고 청주에 우향박물관도 짓는다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림 구입 당시가 최회장 부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살 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점임을 고려할 때 너무 한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최회장측이 운보의 그림을 대량 구입하게 된 데는 부인 이씨와 운보의 교분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형자씨는 이화여대 미대 출신으로 운보 밑에서 그림을 배워 운보 아들 김완씨와 친분이 있었다. 또 80년대초 최회장 부부가 자선사업을 위한 운보 작품 판매행사를 후원한 것을 계기로 양쪽이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는 언론에 “내 개인사업이 여러 차례 실패, 빚을 갚기 위해 그림을 팔려고 구입자를 물색하던중 작년말 최회장 쪽에 요청을 했고 최회장측이 사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사직동팀 조사내용, 석연치 않아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박준영대변인은 “운보 그림을 이형자씨가 60억원어치 구입했다는 소문이 있어 사직동팀에서 최근(6월) 조사한 결과, 이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를 확장하는 데 소장품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직동팀을 지휘하는 청와대 박주선법무비서관도 같은 내용의 해명을 했다.

청와대 내사 사실은 김씨도 확인했으나 “전화로 설명했고 직접 소환돼 조사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회의도 처음에는 “이형자씨가 개인 갤러리 소장품을 늘리기 위해 그림을 산 것일 뿐 로비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하다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 후 박홍엽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모든 문제의 당사자인 최회장 부부가 직접 나서 그림 구입에 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형자씨는 90년대초부터 서울 청담동에 ‘갤러리 63’을 운영하다 지난해말 이 화랑을 횃불선교센터로 옮겼고 지난 5월초엔 이마저 폐업신고했다. 따라서 개인 갤러리를 만들려 했다거나 소장품을 늘리려 했다는 설명도 썩 개운치 않다.

최순영 이형자씨 부부의 리스트 행진이 어디까지 얼마나 진행될 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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