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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부인들은 '미술관'을 좋아한다?

‘재벌가족은 미술애호가?’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그림로비 의혹’으로 재벌가족의 ‘미술애호’현상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부인 홍라희씨. 삼성의 미술 및 고미술품 수집과 관리를 맡아 삼성문화재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의 부인 정희자씨. 경주와 서울 사간동 선재미술관의 관장이고 딸인 선정씨는 부관장이다.

쌍용 김석원회장의 부인 박문순씨는 고 김성곤회장의 저택을 개조한 성곡문화재단의 관장. 선경 고 최종현회장의 부인 박계희씨도 운명하기 전까지 워커힐 미술관의 살림을 맡았다. 워커힐 미술관은 서울 무교동의 SK빌딩 SK미술관으로 재개관할 예정인데 며느리인 노소영씨가 관장으로 내정된 상태다.

금호 박성용명예회장의 여동생인 박강자씨는 서울 관훈동과 사간동에 금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동양그룹 고 이양구회장의 부인 이관희씨는 서남미술관을 마포와 여의도 두곳에 열었다가 지금 마포는 문을 닫은 상태. 동아갤러리는 동아그룹 최원석회장과 이혼한 배인순씨가 관장을 지냈다. 작년 연말에 회사부도와 두사람 관계 문제로 폐쇄됐다.

IMF사태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문을 내린 케이스는 벽산건설 김희근사장의 부인 이소연씨의 갤러리 아트빔과, 극동건설 김세중사장의 부인 김성은씨의 새갤러리. 고가옷 로비의혹에 이어 그림로비의혹을 사고 있는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도 63갤러리의 문을 최근 내렸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상속수단’ 엇갈린 평

이처럼 재벌가족이 그림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이 전공이라서. 이런 대답이라면 홍라희 박계희 김성은씨 정도가 설득력이 있다. 이들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 다른 이들은 평소 화랑가에서 낯익은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의 설명은 선진국에서 일반화한 문화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바깥주인들이 경영에 바빠 손대지 못하는 분야를 안주인이 대신한다는 것은 기업이익의 또 다른 사회환원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딴 판인 측면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재벌부인들이 무난하게 내놓을 수 있는 명함이 ‘관장’이 아니겠냐고 지적한다. 다소 지나친 지적인 듯하나 너나 없이 나서니 그같은 선입견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속의 수단인 측면도 없지 않다. 미술품을 되팔지 않는 이상 미술품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유예, 미술재산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온전히 후손에 대물림할 수 있다. 이런저런 ‘긍정적인 효과’때문인지 92년6월부터 미술관진흥법개정되고 미술관 설립이 자유화하면서 기업체 소속 미술관들이 폭증했다. 대부분은 노는 땅, 노는 건물에 미술관을 열어 돈되는 작품 몇점 모으면 끝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출발한 경우.

하지만 미술계에서 이들은 환영받는 큰 손이다. 작품을 대량 구입하고 큰 전시회를 열어 그나마 식어있는 미술판을 활성화시키기 때문.

금호나 성곡의 경우 일년내내 전시가 끊기지 않고,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장을 무료대여, 호평을 받고 있다. 우수한 해외전시기획(워커힐 미술관), 고미술컬렉션(호암미술관) 등 미술관 본연의 구실을 하고 있는 곳도 여럿이다.

본연의 구실을 제대로 하는 미술관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척박한 문화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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