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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이쯤해서 말 좀 틉시다"

‘검찰의 파업유도’ 발언으로 위기국면으로 치닫던 노정관계가 대화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당초 26일부터 예정했던 무기한 총파업 투쟁을 쟁점현안에 대한 노정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철회하고 곧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노총도 최종입장 정리에 고심하고 있지만 대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화국면은 정부 여당과 노동계의 내부의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있다.

노동계는 ‘파업유도’의혹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현장의 투쟁열기가 기대만큼 높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한국노총이 6월 16일 강행한 ‘1일 경고파업’에는 5∼6개 사업장 노조만이 참여했고, 민주노총의 17일 시한부 총파업에도 이미 파업중인 노조를 제외하면 신규 참여노조가 거의 없었다. 또 서해교전과 금강산 관광객 억류 등 남북관계가 악화된데다 내달부터는 휴가철이 시작된다는 점도 노동계로서는 총력투쟁의 걸림돌이었다.

노동계 요구사항 대폭수용, 대화 명분

이같은 처지에서 정부여당이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대화노선으로의 ‘명분’을 준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정부여당으로서는 ‘파업유도’ 파문으로 노동계가 완전히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특히 정부 여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큰 고민이다.

이상용노동부장관과 박인상한국노총위원장이 6월 25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노정 합의사항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궤도수정까지 바탕에 깔고 있어 복잡한 처지의 노동계로서는 국면전환의 상당한 명분이 됐다.

지난해 기획예산위원회가 마련, 공공부문 전사업장에 시달한 예산편성지침 보다는 개별 사업장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단체협약을 우선 존중하겠다는 것이 합의의 근본취지. ‘유효기간이 만료돼 자율교섭에 의한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공공부문 개혁의 원칙과 취지가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예산편성지침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체력단련비 사실상 폐지 ▲퇴직금 누진제 적용금지 ▲학자금 융자제로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공공부문 예산편성지침은 사실상 노사의 자율적인 교섭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퇴색시킬 경우 대외신인도 제고와 효율화를 통한 경제 재도약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또 노정대화가 재개된다고 해서 노사정위가 곧바로 정상 가동되거나 현안이 곧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노·사·정 3자조율이 남은 과제

노동부와 한국노총이 이달말까지 설치키로 한 노사관계 개선위원회는 노·정뿐아니라 사용자측도 함께 참여토록 돼 있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및 근로시간 단축문제 등 현안에 대한 3자의 입장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는 정부와 한국노총이 예산 편성지침보다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우선 이행하기로 합의한데 대해 사용자 입장이 배제된채 합의가 이뤄졌고 합의 결과가 구조조정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입장을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노사정위 밖에서 사전 합의된 것인 만큼 합의내용이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노정간 합의 내용이 무엇이든 모두 노사정위 안에서 원점부터 논의돼야 하며 그래야만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합리적 노사관계가 이뤄지도록 중립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노동계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권의 일방적인 양보는 기업경쟁력의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고 국가경쟁력 회생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에 앞서 24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을 이유로 한 노동계의 모든 파업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히는등 노·정간의 화해무드에 사용자측의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배수진을 쳤다.

이동국·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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