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연내 시행방침 보류를 밝혔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실시가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유보의 이유다.

그러나 96년 실시된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는 금융거래 위축이나 시장교란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조세형평의 차원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정책으로 평가되었다.

국세청이 99년 1월 국회 환란특위에 제출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상황’ 자료에 따르면 97년 귀속 금융소득은 3조7,752억원으로 96년 귀속분 2조4,139억원에 비해 54.6%나 증가했다. 대상자도 96년 3만197명에서 97년에는 4만4,276명으로 46.6%가 늘어났다. 그러나 97년말 갑작스레 유보가 결정되면서 대상자들의 세부담은 4,000~5,000억원 가량 줄어든 반면, 원천징수세율의 인상으로 1조6,000~7,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났다.

IMF경제위기로 서민들은 실업과 생활에 허덕이면서도 금모으기운동을 통해 위기극복에 동참했다. 반면 일부 고소득층은 고금리정책과 주식가격의 상승 등으로 금융소득이 크게 늘어났으나 금융소득종합과세 미실시로 조세부담은 오히려 적어졌다. 서민들의 이자소득세 부담은 늘어나고 고소득층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또한 금융실명제가 껍데기만 남게 됨으로써 정확한 소득파악에 근거한 과세가 더욱 어렵게 되고, 탈세에 대한 추적 또한 힘들게 됐다.

서민안정대책과 정면으로 배치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모든 소득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또 더 높은 소득에 더 높은 세금을’이라는 조세원칙에 입각한 것인데도 정부가 이를 묵살한 것은 정부의 조세개혁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방침을 밝힌 것은 최근 일련의 중산층·서민안정대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는 6월 18일 ‘중산층 및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통해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 경감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를 유보하여 고소득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중산층과 서민의 세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비일관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최근 약간의 경기호전을 이유로 곧바로 이를 서민층 세부담 경감에 사용한 후, 또다시 세수부족을 이유로 각종 간접세 인상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선심성대책 발표보다 조세형평과 안정적 세수확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실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와함께 정부의 생활안정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사용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소득수준이 높은 봉급생활자는 혜택의 폭이 큰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봉급생활자는 실질적인 소득공제효과를 거의 받지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연봉이 2,000만원인 봉급생활자가 자기소득의 50%인 1,000만원을 신용카드로 사용할 경우 얻게 되는 세금감면혜택은 8만원, 감면율은 0.4%이다. 반면 연봉 1억인 봉급생활자가 50%인 5,000만원을 사용했을때는 1.2%인 120만원의 혜택을 누린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정부가 신용카드사용에 대한 소득공제를 자영자 소득파악과 조세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으로만 쉽게 사용한 결과이다. 이번에 신설된 신용카드사용 소득공제제도는 중산층이나 서민에게 그다지 큰 동기부여를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감면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몇배나 유리하다. 따라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공제비율을 높임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에게 사용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자영자들에 대한 소득파악을 가능케하는 제도적 유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조세제도의 원칙은 정치논리와 정부의 선심성 정책남발로 훼손되어 왔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킨다면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또 신용카드사용 소득공제제도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계속 정치논리에 휘말려 조세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조세정의실현 시민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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