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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그 난리'였던가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지난 2일 발표됐다. 수사는 서울지검 특수2부가 했고 발표는 김규섭 3차장이 했다. 5박6일간의 짧은 수사였지만 발표는 당초 예정보다 이틀 늦춰졌고 시간도 세차례나 번복됐다. 마지막까지 검찰의 고뇌하는 모습은 역력했다.

로비의혹과 명예훼손이 뒤섞인 이번 사건은 동전의 양면으로 보였다. 수사로 의혹이 풀리면 명예훼손이 성립되고, 명예훼손이 무죄이면 의혹은 사실로 굳어질 운명이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김태정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51)씨와 최순영동아그룹회장의 부인 이형자(54)씨가 싸우는 모양새였다.

검찰의 결론은 의외의 제3인물이 주연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62)씨가 의혹을 불러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검찰수사만으로 따진다면 이씨와 연씨는 모두가 승리자였다. 이씨는 옷값 대납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이 허구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연씨는 자신을 향해 날아들던 화살이 결국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을 각각 얻어냈다.

검찰은 먼저 옷 로비의혹 사건에 등장하는 4명의 여인중 2명이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첫번째 위법자는 배정숙씨. 배씨는 최회장의 구명로비를 하려다 실패,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다. 로비는 미수에 그쳤지만 그가 이씨에게 ‘실체가 없는 옷’ 값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한 숨은 의도는 밝혀내지 못했다. 배씨가 정확한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옷값 대납요구 자체는 사실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배씨와 이씨가 옷값 대납문제로 다투는 현장을 보았다는 이씨 동생의 증언은 판단의 한 정황증거였다.

두번째 위법자는 이형자씨. 2,400만원의 옷값 대납을 요구한 것은 배씨였는 데 이를 마치 연씨가 요구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연씨의 경우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초기의 피해자, 고소인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다. 수사결과는 한발 더 나아가 로비에도 흔들리지 않은 공직자 부인의 꿋꿋한 아내상으로 그려주기 까지 했다. 문제의 호랑이무늬 반코트를 연씨에게 보냈던 마지막 여인 라 스포사의 정일순(55·여)사장의 행위는 영업을 위한 것일뿐 위법한 짓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상술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 논리였다.

배정숙씨가 의혹의 진원지, 연정희씨는 피해자일뿐

법리를 떠나 수사결과는 사건은 4명의 여인중 연씨와 이씨가 피해자, 배씨와 정씨가 가해자로 정리됐다. 검찰은 연씨를 축으로 해 그동안 제기돤 여러 의혹들도 이런 결론에서 풀어나갔다.

연씨와 관련된 의혹중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호피 반코트를 받았는지였다. 문제의 호피 반코트는 작년 12월26일 라 스포사에서 연씨에게 배달됐다. 검찰은 이는 로비와는 관련 없는 정사장의 상술로 설명했다. 호피 반코트가 2년전 한 수입의류 소매상이 한 손님에게 구입한 ‘중고’로 정씨가 이를 가져다 새 것 인양 팔려한 것은 상술을 뒷받침하는 사실이었다.

검찰은 또 이 반코트는 로비용이 아니라고 했다. 배달되기 10일전 배씨가 요구한 수천만원어치의 옷값 대납요구를 이씨가 거부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로비시도는 무산됐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결국 고급의상실은 고객이 옷을 마음에 들어하면 일단 포장해 배달한뒤 돈을 내도록 하는 게 관행인데 연씨에게 배달된 호피코드도 이와 마찬가지란 설명이다.

이 반코트가 10일 뒤에 반납된 이유에 대한 해명은 여러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연씨가 배달사실을 2~3일 뒤에 알았고 다시 연말연시라 며칠 늦춰 반환을 지시했는데 운전기사가 5일이나 늦게 돌려줬다는 것이다.

연씨가 최회장 구속방침을 발설했는지도 주요 쟁점이었다. 검찰은 연씨가 최회장과 관련된 얘기를 한 것은 두번이라고 했다. 작년 11월초 장관부인들 자선모임인 ‘낮은 울타리’에 배씨가 최회장의 안사돈 조복희씨의 가입을 제의 하자 “사건에 연루된 최회장의 사돈인 데 모임을 같이 할 수 없다”고 거절한 것이 그 첫번째였다. 다음은 작년 12월 중순 배씨가 “최회장이 외자유치가 안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외자유치가 안되면 어렵지 않겠어요”라고 말한 부분이다. 검찰은 연씨의 이같은 발언이 당시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의례적인 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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