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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창호가 요다를 이기려면?

“이창호는 좀 강한 기사일 뿐이다. 결코 못이길 상대라든지 힘들다든지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언제든지 이런 생각은 마찬가지다.”

과연 누가 세계최강 이창호를 앞에 두고 이런 무례한 말을 한다는 것인가. 지구를 한손으로 들어버린 이창호, 전세계를 자신의 발굽아래로 낮춰놓은 이창호. 그러나 그도 인간인고로 단 하나의 아킬레스건으로 인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바로 자신의 천적기사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와의 대국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요다 노리모토는 공개석상에서 이창호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다. 그리고 이창호도 한번 겨루고 싶은 기사로 요다를 지목한다. 그것은 요다는 이창호에 대한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고, 이창호는 요다가 강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전 막을 내린 TV바둑 아시아선수권에서 이창호는 요다에게 한판패를 당해 망신을 샀다. 그러지 않아도 그간 전적에서 일방적인 열세였던 이창호가 한달전 춘란배에서 요다를 반집으로 따돌리며 자존심을 회복한 다음이라 충격은 더 컸다. 한마디로 간혹 요다를 꺾기는 하지만 연승을 달릴 수 없다는 건 확실히 그를 제압할 수 없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세계바둑계에서 이창호가 승점보다 패점이 많은 기사는 고작 3명이다. 그들중 중국의 무명 처저우 7단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기사이므로 다시금 이창호와 만날 일이 없고 그 당시의 패배는 이창호가 어린 시절에 당한 것이므로 의미는 적다고 하겠다. 또 일본의 가토 마사오 9단에게 1승2패로 뒤지고있는데 이것 역시 국제전 러시 속에 컨디션 조절의 실패로 인한 것이니 언젠가는 만회될 스코어라고 본다. 그러나 요다 노리모토에게 당한 2승 7패는 언제 다 갚을 지 기약이 없는 패점이다.

이창호의 패배는 더 이상 이상한 각도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즉, 당연히 질 수 있는 사람에게 ‘그냥’진 것이라고 해석해야할 판이다. 더이상 징크스라는 허울로 요다의 강미를 흐트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요다가 일본에서도 랭킹 4위권에 턱걸이를 하는 기사이고 보면 이창호를 결코 이렇게 민망하게 만들 실력은 아니라고 유추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성적을 들이밀 때 나오는 얘기이고, 현실적으로 두사람간의 대결로 돌아오면 이창호가 요다에게 질 수 있는 개연성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단 요다는 이창호 뺨치는 두터운 기질이다. 그리고 기합에 있어서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강함을 갖추고 있다. 이창호가 10대 때 요다와 5번기 친선시합에서 1승3패로 패퇴한후 이창호는 검객을 연상시키는 요다의 기합에 질려있다. 또한 요다로서는 이창호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강한 자신감도 배어 나온다. 바로 이 자신감이란 측면에서 이창호가 더욱 초조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창호는 5차례나 더 졌지만 이것을 단번에 만회해야 하겠다는 욕심을 갖는 순간 더 쫓기는 누를 범하곤 했다. 이제는 요다의 실체를 곧장 인식하고 당연히 자신도 질 수 있다는 겸허한 자세로 돌아간다면 다섯번의 패배는 결코 회복하기 힘든 회수가 아니다.

다음주부터 LG배가 개막된다. 역시 요다가 관심의 초점이다. 이창호는 기다릴 것도 없고 올라오면 만나주면 그뿐이다. 자기류의 방식대로 기다리다 보면 한판 한판 만회할 시기는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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