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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교육]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교육

6월25일 서울교동초등학교 두 교실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한 ‘열린교육’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두팀으로 나눠진 교사 30여명은 학교가 끝나면 모여 하루 6시간씩 한 학기 240시간을 외국인 강사에게 몬테소리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화계초등학교 1학년 담임 엄계영(39)선생도 앞에 불려나가 101의 제곱을 3항식으로 푸느라 진땀을 뺐다. 엄선생은 벌써 3년째 1,000여시간을 몬테소리 교육에 투자했는데 재미 있어하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에 엄선생 스스로 놀라고 있다.

교동초등 온누리반은 1~3학년 어린이들이 학년의 벽을 허물고 개발된 교구들을 가져다 자유롭게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은 교과서만으로 공부할 때보다 재미있고 원리까지 터득해 낸다. 이 과정에서 1~3학년이 섞여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는 인성교육도 자연스럽게 싹튼다. 교동처럼 통합반을 운영하는 잠일초등학교는 ‘교구 제작 어머니회’를 조직, 지난 3개월 동안 350종 2,000여점을 만들어 또 다른 ‘교과서’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서울 교동·잠일·양재초등 3개학교를 ‘몬테소리 교육’거점학교로 지정, 그 효과를 보고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의 K초등학교의 경우 아동 1,000여명의 학부모들이 맞벌이가 많고 전세가정이 대부분이다. 이로인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동이 많고, 비행 청소년 문제도 심각히 대두되었다. 작년부터 열린교육의 하나인 독서교육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학급문고, 학교도서실을 이용한 독서지도 계획 등을 세우고 학부모 명예교사를 조직, 아동들의 개별 독서지도를 겸하도록 했다. 이 결과 아동들이 즐겨 찾기 시작, 배회하거나 부모가 없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게 되었다. 또 학급당 100권 이상의 문고를 비치, 독서퀴즈, 연극 독서토론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500권을 읽어낸 다독 학생도 생겼다.

서울 구룡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크고 방과후 아이들의 과외활동이 과중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학교측은 96년부터 학교시설의 상시개방을 통한 열린교육에 들어갔다. 작년의 경우 1,2학기 동안 29개 부서 75개반의 상설특활반이 운영됐고 전교생중 58.9%가 참여했다. 수준높은 강사를 초빙, 수업을 공개하고 학교 운영위원회가 수업시간 수준까지 심의하며 ‘간섭’을 했다. 이 덕분에 98년3월부터 7월까지 학부모들의 과외비는 3,700여만원에서 1,600만원대로 절감됐다.

86년 열린교육을 처음 도입한 서울 영훈초등학교는 부모들이 바라는 성적효과가 그대로 드러난 경우다. 4~6년 학생들의 성적이 97년 발표되었는 데 전국 평균보다 3~10점씩 높게 나타났다.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국어 산수 사회 자연 4과목의 평균이 70.5~84.3점이었다.

덕성여대 이용숙 교수의 추적에 따르면 이처럼 높은 성적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졸업생들이 각기 다른 중학교로 진학한 직후 치러진 배치고사에서 3분2 학생이 상위 3분의 1안에 드는 점수를 얻었고, 중3까지 성적도 ‘일반학교’출신보다 높은 성적을 그대로 유지했다.

96년 열린교육을 1년 받은 진해남중 2년생의 성적은 열린교육이 하위권 학생에게 특히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행시 평균보다 5점이 높았던 수학의 경우 90점 이상은 전국적으로 1.3%밖에 많지 않았지만 49점 이하는 14%나 적었다.

표면상 이같은 열린교육의 ‘성적’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과는 열린교육의 필요성과 방법을 일반화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열린교육의 성과는 대부분 시범학교식으로 집중 지원에 따른 것이거나 이것도 포장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또 효과를 따지기 전에 많은 문제점들도 노출되고 있다.

6월25일 서울시교육청내 보건원에 문을 연 ‘새물결운동 자료지원센터’에는 6,000여종의 학습자료와 열린교육의 성과물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들은 각 교육청 소속 학교들이 최근 벌인 열린교육에 대한 보고서가 대부분으로 유치원 501종, 초등학교 2768종, 중등 2383종, 특수 604종 등 6256종이 인쇄물, 녹음, CD, VTR 형태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열린교육에 열성인 교사들 조차 이 성과물들을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다. 한국열린교육연구회 김문빈 부회장은 형식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열린교육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 전시물들이 밝히는 열린교육의 성과라는 것들이 구체적이기 보다 지레 짐작식으로 거의 유사하다.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활동으로 학습에 자신감을 갖고 학교활동에 적극적이다, 도농간 교환학습·가족신문 만들기 등 체험중시 학습으로 자연을 소중함이나 공동체 의식을 익혔다, 열린교육 여건을 위한 교사연수나 학부모의 도우미 교사를 통해 관심과 의욕이 높아졌다는 식이다. 곧이 곧대로 보면 열린교육의 목표가 그대로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이들 전시물이 하나같이 교육의 내용이나 제고할 점들 까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채 동일하다는 것이다. 가령 도입된 수업방식은 교과간 통합·현장학습·멀티미디어교육·수준별 이동수업 등이 대부분이다.

원래 열린교육은 한 과목을 교사 여럿이 팀을 짜서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눠 가르치는 팀티칭, 교실의 벽을 터서 학급구분을 없애고 학과중심으로 개별교육하는 오픈 스페이스, 학생들을 수준에 맞는 교재를 나눠주고 과제중심으로 가르치는 코너링교육으로 나눠진다.

이에 대해 비록 우리 학교와 학생 실정에 맞는 방식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우리식’에 교사들이 먼저 반대하고 있다. 정규교과정이 아닌 단지 교육청의 교사 평가로 몰아부쳐 교사의 부담만 늘리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교사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 재정상의 지원, 과밀학급의 해소, 학습자료의 충분한 확보 같은 전제조건들도 풀리지 않고 있다. 전교조 김대유정책위원은 이를 “전대미문의 교육대란으로 기록될 판국”이라며 “앞으로 정책상의 오류로 인한 고통이 학교현장마다 메아리 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김진수 장학관은 “일선 교사들의 거부반응이 거셌는데 이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비록 교사들의 인식이 점차 변하고 열의도 늘고 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말로 열린교육에 대한 평을 마쳤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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