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21] "대학 황폐화 시킬 반민주적 정책"

07/14(수) 11:51

‘교수들의 시위’에 구심적 역할을 했던 황한식(부산대교수·교육학과)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 회장은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특혜적 지원이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수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_교수들이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인 것은 4·19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시위까지 하게 된 이유는.

“‘두뇌한국(BK)21’로 상징되는 교육부의 반민주적인 대학정책이 이 나라 대학의 전면적인 황폐화를 초래하고야 말 것이라는 심각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_BK21 계획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극소수 대학에 대한 특혜지원을 통해 기존의 독과점적 대학구조와 수직적 대학서열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다. 둘째, 연구기능을 상실한 지역대학의 붕괴를 초래해 서울집중_지역소외를 심화할 것이다. 셋째, 한국의 대학과 학문의 대외종속을 가져온다. 넷째, 교육관료에 의한 대학과 학문의 통제를 심화할 것이다. 다섯째, 대학 입시경쟁을 오히려 심화하고 대학원 입시경쟁이라는 새로운 사태를 불러 오게 될 것이다.”

_BK21을 포함한 교육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지적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면.

“지난 3월 발표된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의 대학관련 부분에는 더많은 문제점들이 담겨 있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것과 교수를 배제한 ‘대학이사회’를 구성하여 총장선출 등 대학의 핵심사항을 의결하게 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_정부가 BK21을 입안한 발상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국민의 정부’가 불순한 목적으로 숨기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오랜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형성된 교육관료의 독선적 체질과 일그러진 대학관·교수관이 BK21이라는 반민주적인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우러난 것이라고 본다. 대학과 교수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학과 교수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사고방식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_BK21 입안과정에서 컨센서스를 모으는 작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21세기를 내다보는 대학정책을 만든다면서 대학의 한 주체인 교수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에 대해 국공립대학 교수 4,275명이 반대서명을 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도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전국의 교수들을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 교수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 교수협의회연합회가 세차례나 요구한 교육부장관 면담도 무시됐다. 교육부는 간담회와 설명회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간담회는 교육부장관이 각 대학을 돌며 보직교수들을 모아 놓고 BK21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에 불과하다.”

_지방대의 위기감이 교수들의 반발을 증폭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BK21은 서울중심 대학정책의 극단적인 예다. BK21이 실시되면 지역대학의 대학원은 붕괴된다. 대학원의 붕괴는 대학의 핵심기능인 연구기능의 붕괴를 의미하며 이것은 학부의 붕괴로 연결된다. 지역대학의 전면적 붕괴는 단지 대학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지식센터가 붕괴되는 것이다.”

_20일로 참여대학의 접수가 마감되는데 각 대학과 교수들의 입장은.

6월15일의 전국교수대회에서 BK21의 전면 백지화를 결의한데 이어 6월 21일에는 전국국공립대학교 교수협의회 긴급임시총회를 개최, BK21 사업 신청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_대학 자체의 개혁을 요구하는 내외적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인데.

“그간 대학과 교수들의 자체개혁을 위한 노력이 충분했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수들이 개혁의 적극적인 주체로서 바로 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교수들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강의의 질과 학문적 능력을 높이고 부적격 교수를 퇴출시키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_대학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바람직한 정부정책의 방향은.

“국제경쟁력은 단기간의 집중투자나 특혜지원, 효율성의 논리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 우리의 대안은 전국을 몇개의 권역으로 묶어 권역별로 연구중심대학을 지원, 연구중심대학과 기타 대학간에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 각각 특화시켜 유기적인 연계를 갖게 하는 ‘권역별연구중심대학’이다. 국가차원의 대학정책은 정부당국과 총장협의체, 교수대표기구로 구성되는 3자협의체에서 수립·조정하게 해야 한다.

_7월7일 당정협의회 결정사항에 대한 입장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교수들이 거리로까지 나가게 된 것은 단지 연봉제 계약제 문제나 인문사회과학 차별과 같은 좁은 차원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배연해·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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