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00P 시대] 등따슨 기관 배부른 외국인

07/15(목) 09:57

“주가가 1,000포인트가 넘었다고 난리들인데 2,000만원을 투자해서 절반을 까먹었습니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누가 벌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3년 9개월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한 7월7일. 여의도 증권가 주변에서는 탄성이나 박수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과거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던 89년 3월과 94년 9월, 그리고 95년 10월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겉으로는 그야말로 초호황 국면이지만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돌아온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객장을 찾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1,000포인트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모(37)씨는 “3개월전 현대건설 주식을 1만2,000원에 샀는데 지금 주가는 1만원밖에 안된다. 기관들 잔치에 들러리만 서는 것 같아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55)씨도 “재미를 보지 못한 일반인에게는 ‘속끓이’장세일 뿐”이라며 혀를 찼으며 회사원 임모(48)씨는 “1,000포인트를 넘으면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만 심해진다”고 말했다.

명동 D증권 대리는 “불과 6개월 사이에 주가가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먹은 사람’보다 ‘못먹은 사람’이 많다”며 “10명중 7명은 실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수치상으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증권거래소가 올들어 7월9일까지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투자자 등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거래대금 기준)을 뽑아 연초대비 주가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지수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26.64%에 불과했다. 특히 개인투자자 순매수 1~3위 종목인 현대전자(-32.76%)와 현대건설(-4.80%), 대우중공업(-26.20%) 등을 비롯해 모두 3종목은 오히려 9일 기준 종가와 비교할 때 오히려 연초보다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의 연초대비 평균 주가상승률은 127.80%, 기관투자자는 99.84%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개인투자자들의 희생위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만 ‘배 불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상승을 주도하는 종목들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만이 투자할 수 있는 주당 수십만원대의 대형 우량주”라며 “이에 따라 주당 1만~2만원대의 저가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개미군단’들이 돈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증시 활황기에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개인투자자 문제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여기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단순히 주식시장에 머물지 않고 사회전체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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