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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사정거리 '족쇄' 풀리려나

미국이 최근 비공식협상에서 “사정거리 180㎞이상의 미사일은 안된다”는 주장에서 후퇴해 300㎞미사일개발을 수용, 일단 ‘미사일주권’에 대한 오랜 숙원의 일부가 해결됐다. 300㎞수용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그동안 비밀리에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2_3년내 중거리미사일을 전력화, 전략무기의 대북 불균형을 상당부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300㎞ 이상, 대북 전쟁억지력 향상

사정거리 300㎞는 북한전역을 사정권에 두지는 못하지만 신의주_강계_성진 등 후방에 위치한 군수공장시설, 화학무기 연구 및 생산시설, 미그29기 등 최신전투기가 배치된 공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다. ‘발사 스위치’를 누르는 전략적 수단으로 대북 전쟁억지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양국은 ‘사정거리 300㎞가 넘는 미사일개발은 안된다’_‘실전배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북한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500㎞까지는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향후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사정거리 300㎞, 탄두중량 500㎏미사일을 연구·개발부터 생산배치까지 조건없이 수용했다. 95년부터 진행된 5차례의 공식협상에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허용하는 사정거리 300㎞, 탄두중량 500㎏미사일도 연구·개발단계에서 설계도면 등 모든 자료를 제시하라는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측의 300㎞이상 미사일개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최종 합의문에 ‘사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측은 북한이 사정거리 수천㎞의 대륙간 탄도탄미사일까지 개발하는 마당에 300㎞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주권차원에서 당연하다는 입장. 생산, 배치는 아니더라도 300㎞미사일을 시험발사까지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은 “연구·개발은 인정할 수 있지만 시험발사는 실전배치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자칫 중국과 일본을 자극하는 미사일개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미국 “시험발사도 안돼”

우리측이 미사일을 생산배치하지 하지 않는 한 시험발사까지를 ‘연구·개발’로 보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컴퓨터상의 시뮬레이션 시험까지를 연구·개발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차이의 이면에는 문서로 사정거리를 다시 규제하려는 미국과, 이번에는 향후 미사일개발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한국의 협상전략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가 ‘사정거리 300㎞, 탄두중량 500㎏이하’라는 점을 들어 사정거리 문제를 문서로 받아내려하고 있다.

20년째 ‘180㎞제한’에 따라 규제를 받아 온 우리측 역시 MTCR의 규정에 근거해 미사일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MTCR은 ▲탄두무게 500㎏, 사정거리 300㎞이상의 미사일 완성품이나 부품, 기술의 제3국수출을 금지하되 ▲평화적 목적의 과학 산업용 로켓 등 우주개발은 방해하지 않으며 ▲군사용이라 하더라도 자체 개발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이 비록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변국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500㎞미사일개발을 제시했지만 독자적인 사정거리연장 등은 간섭받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내달께 재개될 양국의 실무협상도 결국 ‘사정거리 족쇄’를 채우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한국, 미사일 주권 찾기에 주력

그동안 우리나라는 70년대부터 “180㎞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에 사사건건 미국에게 발목을 잡혀왔다. 핵탄두개발을 우려해 한국의 미사일개발에 반대하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79년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는 대신 180㎞이상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180㎞제한’을 처음으로 명시한 문서인 셈이다. 미국은 90년5월 ‘엑스포박람회의 일환으로 제주도에서 인공위성발사를 검토한다’는 신문보도를 한국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를 어긴 것으로 간주, 180㎞제한 약속을 다시 요구했다. 이에따라 같은해 10월 외무부의 담당과장이 미 국무부에 ‘사정거리 180㎞이상은 개발하지 않는다’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은 이 서한을 정부차원의 공식외교문서로 간주, 사정거리연장 등 우리측의 미사일개발에 발목을 잡아왔다.

71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미사일개발 30년사는 2차대전 당시의 저급한 기술을 미국에게서 제공받는 대신 미래안보의 핵심인 미사일주권을 포기한 굴욕의 역사였다. 향후 미사일협상에서 정부는 “500㎞를 관철, 주변국에 대한 잠재력까지 포기하진 않겠다”고 확고한 입장을 세웠지만 거센 미국의 압력을 어떻게 버텨낼지 주목된다.

정덕상·사회부기자jfur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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