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한반도 해역은 '물 반 고래 반'

07/21(수) 13:34

고래와 춤을….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나 할 수 있는 고래구경이 현실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한반도 해역이 고래의 집단 서식지로 밝혀진 까닭이다.

국립수산진흥원이 올들어 두차례 실시한 동해와 남해 ‘고래자원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 희귀종인 밍크고래 등 모두 8종 6,195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진원은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합해 전체적으로 11만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래도 뜨내기 고래가 아니다. 수진원은 발견된 고래떼가 대부분 새끼를 동반하고 있어 한국연안이 고래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번식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연안이 ‘고래의 천국’으로 새롭게 데뷔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 연근해는 고래들의 천국

수진원의 조사는 1차 2월20~3월5일, 2차 6월17~7월12일로 나눠 진행됐다. ‘우리나라 고래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관리’를 위해서였다. 1차는 한국 단독으로, 2차조사는 일본과 공동으로 했다. 성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조사에 참가했던 김장근 수진원 연구관의 목소리는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톤이었다.

1차조사에서는 밍크고래와 길잡이고래, 참돌고래, 긴부리참돌고래 등 4종 3,108마리가 발견됐다. 2차에서는 짧은부리참돌고래, 흰솔피, 낫돌고래, 상쾡이 등 6종 3,087마리가 포착됐다. 발견장소는 포항~동해 연안, 감포~죽변~동해 연안, 동해 30마일 외측, 감포~죽변~동해 연안. 역시 ‘아니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일까.’ 동해상에서 고래가 간간히 그물에 ‘잘못 걸려’ 올라온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가장많이 발견된 고래는 참돌고래로 2,600마리, 긴부리참돌고래 2,280마리, 짧은부리참돌고래 1,000마리 등의 순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밍크고래도 28마리나 목격됐다.

조사방법은 다소 원시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육안으로 확인하는 ‘목시(目視)조사’다. 김장근 연구관은 “목시조사는 국제포경위원회가 권유하는 방법이다. 고래는 허파호흡을 하기 때문에 3~10분에 한번씩 수면으로 떠올라 숨을 쉰다. 따라서 목시조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음파탐지기 소나(SONAR)를 사용할 경우 고래의 행동에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한반도 연근해는 고래의 고향이자 천국. 그러나 한국의 포경역사는 그리 자랑스럽지 못했다. 19세기 미국과 러시아, 일본이 동해의 대형고래들을 싹쓸이 한 것이 그렇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을 떼지어 헤엄치며 장관을 연출하는 귀신고래는 한때 동해에서도 활보했다. 동해의 귀신고래는 과거 일본에 의해 거의 씨가 말라 버렸지만 요즘 다시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수온상승, 포경금지 등으로 급증

우리나라 연근해에 왜 고래가 늘어났을까. 수진원은 기후적인 원인과 제도적인 요인이 복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4~5년 전부터 겨울철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1~3도 가량 높아져 고래의 분포한계가 북상했다는 것. 수온 상승은 해양생물의 기초생산력인 동물성 플랑크톤 증식을 불렀고 이것은 다시 멸치와 같은 작은 동물의 증식으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고래가 잡아 먹을 수 있는 해양동물의 먹이사슬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국제포경위원회(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IWC)가 86년 선언한 ‘상업포경 금지 조치’로 고래의 순증가가 이뤄진 것도 한 요인이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자원 보호와 포경(고래잡이)의 질서있는 발전’을 위해 1948년 창설된 국제조직.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4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조사결과를 2000년 호주에서 열리는 IWC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실험을 실시해 종합적인 해양어족자원 보호관리를 꾀하는 것도 계획에 들어있다고 김연구관은 말했다.

문제는 이번 조사결과가 우리나라 연안 포경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여부. 사실 IWC에 고래자원 증가 상황을 보고함으로써 연안 포경 재개에 대비해 우리측의 입지를 넓히는 것도 목적중의 하나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관심의 촛점은 예로부터 우리 연근해를 주요 서식처로 삼아온 밍크고래의 개체수가 얼마나 증가했으며 과연 상업적 포경을 재개할 수 있을 정도인지였다.

86년 국제포경협회(IWC)가 멸종위기에 빠진 우리 연근해 고래자원에 대해 ‘고래의 숫자가 회복될때 까지’ 포경을 전면 금지시킨지 13년만에 돌고래와 밍크고래 등의 숫자가 몰라보게 늘어난 것이다.

밍크고래 사계절 분포, 포경재개에 관심

특히 가장 큰 성과는 상업포경의 대상인 밍크고래가 사계절 우리 연안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이는 상업포경의 재개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또 이번 조사결과 80년 중반까지 육지에서 32~50㎞ 떨어진 해역에서 발견되던 고래가 최근에는 육지쪽 3~13㎞까지 바짝 붙어 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한편 수진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내년 6월 호주에서 열리는 제52차 국제포경위원회에 보고해 86년부터 금지되고 있는 상업포경 재개를 위한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며 향후 2001년까지 매년 2~3차례씩 고래 자원조사를 지속시켜 2003년쯤 상업포경 허용을 IWC에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지금은 휴가철이다. 여유가 있으면 동해로 배를 타고 나가 낚싯대를 드리운채 고래를 기다려 보며 어떨까. 운이 따르면 귀신고래는 아니더라도 밍크고래나 돌고래의 속삭임은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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