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래사냥, 금지만이 능사 아니다

07/21(수) 13:35

고래는 도대체 어떤 동물이고, 어떤 상황에 있길래 포경이 금지된 것일까.

‘고래박사’ 박구병 부경대 명예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자. “IWC는 본래 창설 취지를 벗어나 포경금지 단체로 변질됐다. ‘지능이 높은 고래를 잡는 것은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주장 탓이다. 당초 IWC는 86년 전세계적 포경유예를 선언하면서 유예조치를 90년 재평가해 쿼터를 재조정하겠다고 해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IWC를 탈퇴하면 포경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미국이 어장개방 등에서 갖가지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포경재개는 불가능하다.”

고래가 지능이 높다는 것은 돌고래의 기막힌 쇼를 보아왔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사실.

100여종 중 한반도 주변에 40종 서식

고래는 물속에 사는 유일한 포유동물이자 가장 덩치가 큰 동물로 전세계적으로 100여종, 한반도 주변에도 40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수명은 80년 전후이며 성적으로 성숙하는데 8~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암컷은 대체로 2년에 한번 임신을 하는데 일생동안 임신회수는 10여차례에 불과하다. 작은곱등어는 사람보다 10배이상의 청각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모든 고래는 의사전달을 위해 여러 종류의 소리를 낸다.

고래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는 허파호흡에 따른 것이다. 해면에 떠올라 참았던 숨을 내뿜을 때 폐속의 따뜻한 공기가 대기중에서 응결되면서 물처럼 보이는 것. 재미있는 것은 고래가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너무 깊이 잠수했다가 제때 올라오지 못하면 질식해 죽게 된다. 숨을 멈추고 잠수할 때 작은 고래들은 수분밖에 견디지 못하지만 큰 고래들은 1시간 정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잠수능력이 뛰어난 향고래는 1,100㎙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86년부터 포경이 금지된 것은 남획으로 고래가 멸종위기에 놓였기 때문. 남획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고래가 엄청난 연료자원의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석유사용 이전 단계에서 고래기름은 산업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는 것이 김장근연구관의 설명이다. 산업혁명 이후 석유가 개발되기 이전까지 고래기름은 산업용, 조명용 고급연료 역할을 했다. 식품 원료로서 뿐 아니라 식품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김연구관은 “극지 에스키모인들은 고래고기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래고기에 들어있는 기름과 단백질이 에스키모인들로 하여금 혹한을 견딜수 있게 하는 영양제 역할을 한다는 것. 고래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만큼 남획에 앞장섰던 국가는 현재 포경금지 깃대를 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다.

미국의 포경금지는 지나친 ‘이기주의’

박구병교수는 미국 등이 주장하는 맹목적인 포경금지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래수가 지나치게 늘면 오히려 해양 생태계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교수의 이야기. “전세계 고래가 1년간 먹어 치우는 해양동물은 5억톤에 달한다. 반면 인간이 잡아 들이는 전세계 연간 어획고는 9,000만톤에 불과하다. 고래수가 과잉이 되면 해양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어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양자원의 전체적 균형과 합리적인 관리차원에서 볼 때 고래만 못잡게 하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우리 어민들에게는 생업과 직결되는 어장보호의 문제다. 박교수는 “남획은 물론 막아야 하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포경금지는 다분히 감상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단지 지능이 높다며 인도적인 이유를 들어 포경을 금지하는 것이 그렇고. 아울러 미국인들은 매년 서부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회유하는 귀신고래 구경을 관광상품화하기 위해 고래보호에 열을 올리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IWC 비회원국은 포경금지 선언에 구속받지 않는다. 물론 미국의 일방적 어업규제가 문제되긴 하지만. 대표적인 포경국인 노르웨이는 IWC가 포경금지를 선언하자 아예 IWC를 탈퇴해 고래잡이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도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다 수년전에 와서야 비로서 포경금지에 동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IWC선언 직후 포경 관련법을 폐지해 포경업의 기반을 허물어 버렸다. 포경선도 자취를 감췄고 작살을 쏘는 포수들도 모두 전업해 버렸다. 박교수는 “이런 상태가 더 지속되면 설사 포경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포수 등 관련 기술자들을 처음부터 다시 육성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 새로 발견된 밍크고래는 70년대 들어와 상업포경의 대상으로 새롭게 떠오른 고래. 길이 7~8㎙정도로 고래중 중간크기다. 긴수염고래를 비롯한 대형 고래가 과거 선진국의 남획으로 씨가 마르는 바람에 대체제가 된 것이다.

잘못 걸려든 고래 건지면 ‘횡재’

고래를 잡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한마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래고기값은 쇠고기보다 비싸다. 덕분에 어민들은 그물에 잘못걸려든 고래를 건지게 되면 1년수입이 그냥 들어오는 횡재를 하게 된다. 97년 1월 울진 앞바다에서 잡힌 8㎙짜리 고래는 2,600만원에 팔렸다.

박교수는 무조건 고래를 보호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근거로 ‘최대 지속적 생산’개념을 들고 있다. 이것은 고래의 밀도가 최적상태인 ‘자원균형상태’에서 절반이 죽었을 때 비로소 번식을 통한 순증가가 최고에 달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정확한 고래수 파악과 연구를 거쳐 자원균형상태를 도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포경을 적정수준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