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를 보다 60대부부가 철인경기에 참가한 것을 보았습니다. 나이가 휠씬 젊은 나는 인생을 너무 안이하게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8살된 딸을 둔 30대가장 이정배씨(35·서울 강서구 방화동). 외국계 기업인 한국 크로락스 대리로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후 미국 덴버대에서 MBA를 거친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지난 여름 노부부가 철인경기에 출전한데 충격(?)을 받고 지난 12월초 대한트라이애슬론 경기연맹에 일반선수로 등록했다.

TV를 보는 순간 “나도 한번 해보자” 는 충동이 생겼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체력을 자신하지는 못한다. 어릴적에는 몸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부인은 넘실대는 파도속에 수영하는 것을 보고는 겁이 났다. 그만두기를 바라지만 남편의 고집을 알고있는 부인은 말리지는 못했다.

김씨가 도전하는 종목은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순차적으로 달리는 트라이애슬론 단축코스다.

자신의 도전결심을 산악자전거를 같이 타는 친구 윤상철씨(35·신동아화재 총무부과장)에게 전했다. “넌 할 수 있어.” 윤씨가 매니저를 자임하고 나섰다.

친구가 매니저 자임, 후배까지 ‘한배’ 타

윤씨는 42.195㎞ 마라톤 완주경험이 있는 고교후배 이응복씨(29·SK상사)까지 끌어들였다. 김씨의 마라톤지도를 위해서다. 이씨는 마라톤훈련을 인터넷등에서 스스로 공부해 춘천 마라톤을 3시간53분만에 주파한 경험을 갖고 있다.

김씨는 직장동료들에게도 도전결심을 말했다. 동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부인까지 실내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까지 사 올 정도로 남편을 밀어주고 있다. 이제 김씨로서는 발을 뺄 수도 없다.

그는 요즘 주말마다 집부근 개화산과 고수부지를 찾아 사이클과 마라톤을 연습하고 있다. 평일 아침에는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한다. 사실 그는 수영에 자신이 없다. 25㎙레인을 3번만 왕복해도 힘에 겨울 정도. 그는 수영이 제일 걱정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자유형으로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다.

수영과 사이클을 하고난뒤 달리기 10㎞도 쉽지않은 레이스. 마라톤지도를 맡은 이씨가 바라본 김씨의 달리기 자세는 엉성하기 그지 없다. 균형이 잡혀있지 않아 쉽게 지칠 판. 겉보기에 살도 더 빼야할 것 같다. 구부정한 달리기 자세와 팔자걸음을 지적했다. 지면과 수직상태에서 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장거리 달리기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일할 때를 빼고는 온통 트라이애슬론 생각밖에 없다. 막막한 상태에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많은 철인들이 처음에는 두려움밖에 없었다는데 그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철인경기를 완주한 사람을 찾아 경험을 들어보기도 했다.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운동으로서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체력이 못이겨 중도포기할 수도 있고 시간초과로 실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힘든일을 해본다는데 의의가 있다” 며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자세가 돼 있다” 고 말한다.

이제 트라이애슬론 완주는 그의 새해 희망이 됐다. 안이한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기 위해 힘든 여정에 나선 샐러리맨 이대리가 완주를 해 낼 수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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