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40년 포수 넋 빼앗은 밍크고래

07/21(수) 13:37

6월25일 오후6시, 경북 죽변 앞바다 10마일 해상.

“저기 1시 방향, 밍크다!”, “아니 저쪽 3시 방향도, 한마리가 아냐 떼다, 떼.”

국립수산진흥원 시험조사선 탐구3호 뱃머리 앉아 몇시간째 수평선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고래포수 출신 김해진(70·울산 장생포)씨가 밍크고래의 출현을 알렸다. 며칠째 고대하던 밍크고래가 무리지어 나타난 것이다. 모두 6마리.

갑판은 순식간 소란스러워졌다. 또 다른 포수출신 이병옥(69·울산 장생포)씨는 넋이 나간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산진흥원 고래자원 조사팀장인 김장근(43)연구관의 얼굴도 상기되기는 마찬가지였다.

6월17일부터 7월12일까지 26일간 계획된 2차 고래자원조사에서 밍크고래를 처음 발견한 것은 이보다 이틀전인 23일 경북 포항 앞바다 7마일 해상에서였다. 그때는 2마리였다.

하루 18마리 발견은 ‘대단한 만남’

25일 시험조사팀이 죽변 앞바다에서 목격한 밍크고래는 길이 6~7㎙가량의 중치 2마리와 길이 3~4㎙의 새끼 4마리였다. 조사선 70~80㎙ 앞에서 미끈한 몸매를 드러낸 밍크 무리는 “푸우, 푸우”하고 연신 거친 숨결을 몰아쉬었다.

뱃머리 우측에서 2, 3분 간격으로 자맥질을 하던 밍크새끼 2마리는 자신들의 수영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처음 목격지점에서 조사선이 5~6㎞가량 전진할때까지 배옆을 따라붙었다. 새끼고래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86년 우리 해역에서 고래잡이가 전면 금지되고부터 고래와 정을 끊고 살아온 40년 베테랑 포수 김씨는 이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김씨 등 자원조사팀이 탐구3호를 타고 이날 하루 경북 죽변에서 강원도 양양사이 200㎞ 남짓한 연해를 줄곧 12시방향으로 북진하면서 발견한 밍크고래는 모두 18마리로 이번 2차 조사기간중(26일간) 발견한 전체 밍크고래(28마리)의 절반을 훨씬 넘는 것이었다.

우리 연근해에 고래자원이 풍부했고 포경업이 성황을 이루었던 60년대 중후반에도 하루에 10마리이상의 밍크고래를 발견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1차 조사기간중(2월20일~3월4일)인 2월24일 경북 포항 동북쪽 8㎞ 해상에서 수㎞의 띠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던 2,000여마리의 참돌고래떼를 처음 보았을때도 그의 가슴이 이처럼 쿵쾅거리지는 않았다.

40년 포수경력인 김씨의 입장에서는 돌고래는 ‘관상용’일 뿐이며 상업포경이 가능한 밍크고래가 ‘진짜 고래’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포경역사는 ‘밍크고래 포경사’

부경대 박구병명예교수가 쓴 ‘한반도 연해 포경사’에 따르면 58년부터 85년까지 국내 포경선이 잡은 고래 1만5,590마리 가운데 1만4,587마리가 밍크고래이다. 우리나라 포경역사는 ‘밍크고래 포경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에게 밍크고래 무리의 발견은 잊혀진 향수의 복원이자 새로운 가능성(포경재개)에 대한 희망이다.

그동안 한반도 주변의 고래는 겨울철에는 동중국해에서 보낸 뒤 3~4월 동해를 따라 북상, 7~8월 오호츠크해를 거쳐 9~11월 다시 동해를 따라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과거 울산 장생포를 전진기지로 한 고래잡이도 봄·가을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번 조사에서 이런 정설이 깨진 것이다.

더구나 참돌고래는 주로 바닷물 온도가 18도 이상되는 해역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차 조사때 대규모 참돌고래 군집이 발견된 2월24일 포항 앞바다의 수온은 섭시 10도 안팎이었다.

목상균 사회부기자 >sgmok@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