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사정 신호탄] 세월이 가도 '치맛바람'은 분다

07/21(수) 16:31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대로 치맛바람 사건도 역시 윤회(輪廻)하는 것인가.

임창열경기지사와 주혜란씨 부부 사건은 반복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가까운 예로는 고가 옷로비, 그림로비 사건이 그렇고 조금 멀리는 이철희_장영자 부부의 어음사기 사건도 닮은꼴이다.

임지사와 주씨의 주장대로라면 두사람은 별도로 범행을 저질렀다. 각각 청탁을 받으며 돈을 받긴 받았지만 부부합작으로 로비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로비하는 측에서는 부인과 남편간의 ‘특수관계’를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넸을 것이 분명하다. ‘치맛바람’은 이래서 생겨난다.

옷로비 사건. “비가오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유력인사의 부인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게 사건의 골격. 김기창화백의 그림을 대량매입한 데서 불거져 나온 그림로비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역시 부인이다. 정·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이형자 리스트’는 바로 로비대상이 됐던 실력자들의 부인과 실력자들의 명단.

김태정 전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비싼 옷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도 당시 김태정씨가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이다. 고급 의상실 라 스포사가 연정희씨에게 밍크코트를 실어 보낸 지난해 12월은 최순영회장의 외화도피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황이 추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비리 커넥션에 부인들도 단골

강인덕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는 로비대상 물색에 애태우고 있던 이형자씨에게 연정희씨를 소개해 준 의혹을 받았다. 의혹대로라면 ‘안방마님들의 커넥션’이 형성됐던 셈이다. 옷로비, 그림로비 의혹은 검찰의 무혐의 판정에 따라 단순한 의혹과 소문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옷로비 사건으로 이미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진 김태정 장관은 ‘검찰 파업유도 발언’이 터지면서 한방에 날아갔다.

96년 11월 이성호 당시 보건복지부장관과 부인 박성애씨. 대한안경사협회의 로비 표적도 역시 부인이었다. 박성애씨는 안경사협회가 관련법률 시행령을 개정, 안경테 독점 판매권을 보장받기 위해 건넨 1억7,000만원을 선듯 챙겼다.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박씨는 구속돼 1년6월의 실형을 받았다. 박씨가 “남편 몰래 돈을 받아 사용했다”며 남편의 결백을 주장한 바람에 이 전장관은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을 지고 결국은 옷을 벗었다. 주혜란씨도 남편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임지사 역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효력이 없게 됐다.

82년 이철희_장영자 부부는 부부합작으로 어음부도 사건을 일으킨 케이스. 이_장 부부는 81년 2월부터 구속되기 전까지 공영토건 등 6개 기업에 자금을 빌려 주면서 대여금액의 2~9배에 달하는 어음을 담보로 받은 뒤 이를 사채시장에서 할인, 주식투자와 생활비로 사용했다. 관련기업의 무더기 부도를 초래했고 여파로 국무총리와 재무부장관, 법무부장관이 경질되는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건국 이후 최대규모’의 어음사기 사건으로 이_장 부부는 82년 5월 나란히 감옥으로 향했다.

임지사와 주씨 부부도 이철희_장영자 커플의 전철을 밟아 ‘부부동반 철창행’으로 결말나고 있다.

비리 커넥션에 부인들이 단골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이른바 치맛바람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베갯머리 송사’의 위력을 기대하는 로비스트와 권력과 비리가 친밀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특성이란데는 일단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배연해 주간한국부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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