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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사정 신호탄] '임'은 가고 '유'는 남고...

‘DJ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임창열경기지사 부부의 수뢰사건 직후 김대중대통령이 “충격적이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힌뒤 국민회의가 임지사를 즉각 제명하고 엄정·엄중처리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나선 것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뇌물받은 공직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겉으로 너무나 당연하지만 임지사와 마찬가지로 김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던 유종근전북지사가 이른바 ‘고관집 털이’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루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여의도 주변에서는 ‘DJ가 단단히 작심을 한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지사 감싼 DJ, “이유 있을 것”

실제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 억대의 돈을 받아챙긴 범법자인 임지사와 비교할때 유지사는 수천만원을 도둑맞은 피해자로 겉으로의 신분은 180도 다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그들의 주군(主君)인 김대통령에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는 임지사와 유지사는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따라서 유지사가 곤경에 처했을 때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유지사를 감쌌던 김대통령이 임지사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지사가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것은 지난 4월. 인천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절도범 김강룡이 유지사의 서울관사에서 미화 12만달러 포함, 현금 3,500만원과 진주반지 등 1억9,000만원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당시 유지사는 “도난당한 것은 현금 3,500만원과 귀금속 5점(500만원 상당)이 전부”라고 주장했으나 끓어오르는 여론을 무마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1,500만원 정도는 필요한 경우에 대비, 보관하고 있다”는 유지사의 해명에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국민회의 주변에서는 “표 떨어지는 소리가 마구 들린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반응은 일반의 예상과 달랐다. 사건 직후인 5월10일 전라북도 업무보고에서 도둑사건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유지사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대통령은 업무보고 도중 “유지사가 외자유치를 역설하고 전북대에 정보통신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등 첨단산업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김대통령은 또 마무리 지시를 하면서도 “유지사가 탁월한 생각으로 도정살림을 잘하고 있다. 유지사가 쌀 생산을 50% 향상시킨다고 했는데 성공하면 훈장감이다”라는 칭찬도 이어졌다.

이와 비교할때 임지사에 대해 “엄중 처벌하라”는 김대통령의 반응은 다소 의외인 것이 사실이다. 95년 전북지사에 당선된뒤 유지사가 “오늘의 영광을 김대중선생님께 바치고 싶다”고 말한 것 못지않게 임지사 부부역시 김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지사 부부의 결혼을 김대통령이 추천했으며 일부에서는 평소 과시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주혜란씨가 김대통령을 사석에서 ‘오빠’라고 호칭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물론 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이 무섭게 변했다’라는 것은 뭔가를 잘못 판단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지사 때는 억울하게 누명쓴 사람을 감싸줬던 것이지 임지사사건은 그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고관집 도난’ 사건의 경우 의적 흉내를 내던 김강룡이 나중에 마약복용자로 밝혀졌을뿐만 아니라 유지사와 함께 피해자로 지명한 김성훈농림부장관의 집도 잘못 알고 있을 만큼 유지사는 ‘여론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이다.

연유에 어떻든 재혼한 경제전문가, 대통령과의 친분, 대통령이 직접 고른 광역단체장 등 너무나 닮은 임창열, 유종근 두 도백의 운명은 정부 출범 2년만에 극과 극으로 벌어졌다.

조철환·주간한국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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