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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정국] 정계개편, 지각변동 시작됐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여권 핵심부는 이미 ‘맨틀작용’에 시동을 걸었고 정계개편의 징후들은 이미 분출되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정계개편이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이달 초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청남대에서 일정을 늘려가면서까지 구상을 다듬었다. 불과 10여일이 지났을까. 정국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김대통령과 검찰은 세풍사건으로 한나라당을 일시에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김대통령과 국민회의의 뒷덜미를 잡고 있던 내각제 문제도 김종필총리의 ‘양보’로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이전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정국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은 연속성을 가지고 정계개편이라는 1차적 목표를 향해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가만 있을리 없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재신임투표실시와 국무총리 자진사퇴’라는 초강수로 맞서면서 집안단속에 부심하고 있다.

정계개편논의가 급류를 타게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김총리의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 발언이다. 김총리는 내각제 ‘매파’인 자민련 김용환수석부총재와 강창희총무에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해선 안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해야 한다”며 심중을 털어놓았다. 김총리의 견해가 조기에 표출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결과적으로 정계개편의 물꼬를 터 주었다. 김총리의 발언이후 청와대와 국민회의 내부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회의·자민련 합당론 현실화

지난달 3월 국민회의 기조위원장이었던 설훈의원은 ‘천기’를 누설한 죄로 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설의원은 ‘연내합당_새여당이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걸고 총선승리_2002년 가을 내각제 개헌작업_2002년 말이나 2003년 2월 대선 대신 총선을 치러 내각제 출범’으로 이어진 내각제 해법과 정치권 타임스케줄을 제시했다. 당시 설의원의 발언은 JP의 진노를 사 ‘설화(卨禍)’로 끝났다. 하지만 불과 4개월여만에 다시 현실성있는 시나리오로 부상했다.

김대통령은 지난 12일 신임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당공조를 강조하면서 “공동 당원연수, 공동 당보제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회의 지도부가 이를 ‘합당 지시’로 받아들였다. 국민회의 일각에선 “정국의 안정과 내년 총선의 지분문제 해결등이 합당이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인 연합공천이 쉽지않고,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공동여당 후보끼리 백병전을 벌여 한나라당 후보만 어부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김총리는 최근까지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충청권 의원들은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국민회의측에선 “김총리의 숙원인 내각제 실현을 위해선 합당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한다. 내각제 실현을 위해선 16대 총선에서 승리, 개헌선(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결국 합당이 성사되려면 국민회의가 “우리가 흡수통일되는가”라는 자민련의 의심을 풀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여권에선 JP를 신당의 총재나 실권자로 예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자민련 내부적으로도 비충청권의원들은 합당에 긍정적이다.

‘2+ 대연합’급부상

합당론과 연장선상에서 최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논리다. 공동여당이 모두 간판을 내리고 제3의 내각제 세력과 연대, 전국정당으로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것이다. 정국상황이 허락한다면 총선전에 신당창당을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총선후에 신3당합당식 전국정당을 결성한다는 구상이다.

여권에서 논의되는 제3의 내각제 세력은 한나라당의 비주류, 구정권 출신의 정치인들이다. 이와관련 최근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자민련 박태준총재가 한나라당의 이한동 전부총재와 연쇄회동을 가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 한 여권관계자는 “구민정당의 마지막 대표였던 박총재가 과거 동료들의 결집에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박철언부총재는 “21세기를 이끌 새정당이 필요하다”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나라당의 통합세력, 신진 개혁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대통합 정당이 출현해야 한다”며 대연합론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최근 박부총재를 독대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여권 일각에선 자민련이 분열할 경우 국민회의와 자민련 일부, 한나라당 반 이회창세력과 연대하는 부분 3당합당론도 흘러나온다.

반면 국민회의는 동서화합을 명분으로 삼아 한나라당의 TK·PK세력을 향해 기존의 동진(東進)정책을 가속화할 태세다. 특히 동진정책의 책임자였던 한화갑의원이 정계개편의 야전사령관인 사무총장에 기용된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않다.

한가지 변수는 정가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김영삼전대통령의 PK신당창당설과 5공신당설. 총선정국에서 두 세력의 정치세력화가 이뤄진다면 상황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물론 양자 모두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만약 성사된다해도 여권으로선 ‘NOT BAD(그다지 나쁘지 않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DJ와 YS의 관계가 최악이지만 “두사람이 궁극적으로는 화해하고 그 계기가 전국정당 탄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5공세력 역시 총선전후 연합한다면 전국정당화에 한 축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추론이다. 이와관련 전두환전대통령은 “나라가 잘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 물리적 결합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쿠데타 세력과의 결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더 커 보인다.

만만찮은 ‘회의적 시각’

급류를 타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에도 불구, 정치권의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미 여권이 추진해온 전국정당화 시도와 야당의원 영입을 통한 정계개편시도는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여권의 시도가 본격화되면 야당도 사활을 걸고 저항을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또 이미 고착화되다시피한 여권의 권력구도로 볼 때 합당을 하더라도 야당 지도급 인사들의 입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집권이후 최악의 상황인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야권의 연대세력이 지역 정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등 회의적인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지휘하는 최근의 사정정국은 정개계편과 관련 DJP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세풍재수사에 이어 임창렬경기지사를 읍참마속하는 것을 보고 한나라당은 아연 긴장하는 모습이다. 또 의도했던 안했던 내각제 개헌 연기에 반대했던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들의 기세도 한 풀 꺾인 양상을 보인다. 사정정국으로 분위기를 잡고 DJP가 힘을 모아 정개계편을 밀어붙인다면 여권의 정계개편론은 과연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경 이태희·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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