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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쾌지수] 경제 불쾌지수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인 K씨는 요즘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정부와 대부분의 경제연구소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섰다’라는 장밋빛 발표를 쏟아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쪼그라든 자신의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씨는 “지난해에는 온 국민이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이제 ‘못 사는 사람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구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높아만 가는 ‘경제 불쾌지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정부가 발표하는 ‘지수경기’의 차이가 극도의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상류층에 대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하고 있으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계층간의 적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와 수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초 3.8%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6.8%로 두배 가까이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4%였던 성장전망치를 6%로 올렸고,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6.1%였던 전망치를 8%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전망치 8%는 과열 성장기의 성장률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 국민중 이같은 발표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극소수 상류층일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지난해에 비해 소득이 늘어난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전 국민을 10개 계층으로 나눴을때 최상위 소득계층인 ‘10분위 계층(7.8%증가)’에 불과하다. 나머지 중·하류 계층은 소득이 오히려 4.8~2.2%까지 감소했다.

습구 온도계와 건구 온도계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날씨에 대한 불쾌지수가 높아지듯 체감경기와 지수경기의 차이가 커지면서 국민들의 ‘경제 불쾌지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제 불쾌지수’가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경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일부 다른 주장도 가능하지만 ‘한국사회의 10대90 현상'과 ‘통계의 오류’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회복 과실은 부유층이 독식

‘10대90 현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그 과실을 일부 극소수 부유층이 독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요컨대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늘어난 부분은 잘 나가는 몇몇이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10대90 현상’은 1994년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주장한 ‘20대80의 사회’에서 따온 개념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20대80의 사회’를 설명하며 미래사회는 20%의 핵심 근로자와 80%의 주변 근로자로 재편될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한국사회는 더욱 극단적으로 ‘잘 나가는’ 10%와 ‘그렇지 못한’90%로 갈라진다는 것이 ‘10대90 현상’의 주장이다.

불행하게도 ‘10대90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열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소득,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이미 옛말이 됐고, 이제는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 업종의 양극화, 규모의 양극화, 실업의 양극화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고학력자에 비해 저학력자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졸이하 저학력 근로자의 실업률은 1.5%에 불과했으나 98년에는 5.8%, 99년 1·4분기에는 7.7%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IMF체제 이전에는 3.0%로 저학력 실업률보다 두배가까이 높았던 대졸이상 근로자들의 실업률은 올해 1·4분기에는 6.3%로 저학력 실업률을 밑돌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경제위기를 계리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중소기업 육성정책’에도 불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중 전산업 기준 산업생산이 월 평균 12.5%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은 오히려 22.9%의 감소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몇몇 ‘경기좋은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의 차이는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조사한 ‘3·4분기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자동차(지수 144), 전기전자(142), 철강(128) 등 일부 업종은 호황국면을 맞고 있지만 나머지 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돈바람 상류층, 부익부 빈익빈

‘10대90 현상’의 완결판은 소비의 양극화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고금리와 올해 주가급등으로 돈을 주체할 수 없게된 상류층이 소비를 늘리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값비싼 골프용품이 날개돋치듯 팔리는가 하면 강남의 룸살롱이 흥청거리고 있다. 반면 상류층이 늘린 소비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해결될 수 있는 결식아동 문제는 오히려 악화일로를 치달아 지난해 9월 11만2,848명이던 결식아동이 올해는 15만1,375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일부에서는 경기지수가 회복되는 것은 ‘통계의 오류’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거시지표는 대부분 전년도와 비교해 산출되는데 사상 최악이던 지난해와 비교한 수치가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는 것이다. ‘통계의 오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아직도 9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99년 1인당 예상 GNP(8,500달러 추정)는 지난해(6,823달러) 보다는 24%나 늘어난 것이지만 97년(1만307달러), 96년(1만1,380달러)의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철환 주간한국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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