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쾌지수] 지표는 장밋빛, 현실은 먹구름

07/28(수) 12:10

대구·경북지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불볕더위 속을 걸어다는 것만큼 후텁지근하다. ‘올 우리 경제는 7∼8%의 고성장을 추구할 것이다. 증시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과열이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다’는 등의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소낙비같은 시원함을 지역에서는 도대체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무더운 여름의 답답함이 그대로 피부에 와닿는다.

섬유 무역업을 20년째 하고 있는 J사장(54·대구 달서구 장기동)은 요즘 한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IMF파고가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도 그나마 현상유지를 했었지만 올해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환율이 1,100원대로 급상승한데다 업체끼리 과당 경쟁이 심해 수출 채산성을 도저히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힘들다. 수출주문도 없지만 오더를 받아도 하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J씨는 하소연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지표

특히 지역민들의 답답함은 지역의 각종 경제지표와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는데 있다. 물론 대구·경북지역의 각종 경제지표는 장밋빛을 띠고 있다.

우선 산업활동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구의 5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나 증가하는 등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은 이보다도 더 좋다. 경북의 5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비 무려 31.8%나 증가했다. 경북도 지난 4월 생산이 전월보다 마이너스2.1% 성장하는 등 일시적인 주춤거림을 보였지만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한 증가를 보일만큼 회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57∼58%에 머물렀던 중소기업의 정상조업률도 5월들어 60%를 넘어섰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지역의 수출은 83억3,400만달러(통관기준)를 기록, 전년도 실적(78만5,200만달러)보다도 6% 증가했다.

고용사정도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대구는 2월 실업률이 9.1%를 기록,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지만 5월에는 7.6%로 뚝 떨어졌다. 경북도 2월(5.7%)을 고비로 실업률은 하강세를 보여 5월에는 4.7%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 경제계는 이같은 수치는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한다.

올 상반기 대구·경북지역의 수출실적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지난해 보다 6% 증가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지역 기업인들이 느끼는 낮은 체감경기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주력업종 섬유·철강의 침몰

우선 지역의 주력 수출업종인 섬유와 철강에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섬유업종의 올 상반기 수출실적은 18억9,7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20%나 감소했다. 특히 섬유는 수출물량은 증가했지만 금액은 오히려 큰폭으로 떨어져 적자수출을 그대로 입증했다. 폴리에스테르 수출의 경우 5월까지 수출물량은 15억5,700만㎡이고 금액은 12억2,86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물량 15억980만㎡, 금액 15억3,860만달러) 보다 물량은 3% 증가했지만 금액은 오히려 20%나 줄었다.

게다가 이같은 감소는 섬유수출의 주종인 직물분야가 지난해 보다 마이너스 23% 성장을 보이는 등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여 섬유인들의 답답함은 더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에서 섬유의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93년 대구지역 수출의 81%를 차지했던 섬유는 올 상반기에는 70.9%에 불과했다.

특히 지역 경기에서 섬유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하면 섬유의 침몰은 지역인들의 체감경기를 높일 수 없다는 게 경제인들의 얘기다.

또 대구지역에서 섬유 다음의 주력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계·금속업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역 생산의 45%를 차지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 업종도 올 상반기 수출실적은 15%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특히 대구의 기계·금속업종 3,087개 업체 가운데 54.9%가 자기공장없는 셋방살이로 전전하고 있는데다 76.3%는 자체 브랜드없이 OEM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 업체들은 원청업체의 계속되는 원감절감 압력으로 채산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미 전자업종 호황이 그나마 위안

이처럼 지역 주력업종 대부분이 수출에 고전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적이 좋아진 것은 구미 전자업종의 호황 덕분이다. 전자제품의 올 상반기 수출실적은 37억7,300만달러로 전년동기비 31%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온 건설업종의 계속되는 침묵도 한몫하고 있다. IMF한파로 지역 건설업을 이끌어온 빅3인 청구, 우방, 보성이 부도 등으로 법정관리나 화의,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등 건설업체 대부분이 비정상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발주 공사 수주는 거의 외지 업체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5월 대구의 공공부문 발주는 108억원으로 전년도 보다 88.2%나 줄었다. 특히 최근 대구시에서 발주한 1,700억원의 안심종말하수처리장 공사발주가 삼성에게 낙찰되는 등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이 진행중인 지역 건설업체들은 공공부문 건설공사 입찰에서 잇따라 쓴잔을 마시고 있다. 지자체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업체들에게는 벌점(패널티)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인 우방의 경우 올 상반기 공공부문 공사수주는 280억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부터 회복세 피보로 느낄 것”

그렇다고 지역의 체감경기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대구 달성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요즘 24시간 공장을 풀가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대나 기업자동차 협력업체들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보다 50∼70%까지 증가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 대부분은 지난해 깎인 임금이 원상 복구하는 등 회복되는 경기를 실감하고 있다.

게다가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대구지역 3/4분기 기업경기전망(BSI)도 112를 기록해 기업인들은 점차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상의 박의병조사부장은 “지역의 체감경기가 각종 경제지표에 나타난 만큼 실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이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태일 서울경제 사회부 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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