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쾌지수] 아직 '침체의 늪'... 성장은 없다

07/28(수) 12:12

부산항과 자갈치시장에 인접한 부산 중구 남포·광복동 일대는 한 때 ‘부산 경제 1번지’로 내·외국인들로 붐볐으나 요즘은 활기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들의 물결로 홍수를 이루던 광복동 패션거리는 띠엄띠엄 빈 상가가 보이고 코오롱 롯데 등 지하상가들도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처럼 매기가 없자 일부 가게 주인들은 무료로 점포를 임대한다고 내놓을 정도이며 웬만한 가게는 권리금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지난해 부산시청·경찰청 등이 부산 연제구로 이전한 탓도 있지만 쇄락한 부산경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산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서 신음하던 지난해 보다는 경기가 다소 돌아서고 있으나 IMF이전에 비해서는 아직 멀었다는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자꾸 오르기만 거듭해 8%까지 상향 조정되고 있으나 삼성자동차 퇴출 등 산적한 경제현안과 산업공동화에 발목이 잡힌 부산지역은 도무지 ‘성장’이란 단어가 어색한 분위기이다.

특히 부산은 알짜 기업들이 경남 김해나 양산 등 외지로 속속 이전한뒤 주력업종 없이 경쟁력·임금 등에서 대기업에 뒤지는 중소기업들로 산업구조가 짜여져 앞으로도 특단의 변화가 없는한 획기적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조차 힘들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소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경제

부산지역의 종업원 5인이상 300인미만 중소기업수는 전체 제조업체의 99.4%인 8,900여개로 고용의 81.3%, 생산의 72.5%, 부가가치의 77.2%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50인미만이 전체 중소기업의 92.8%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평균(97년 기준)과 비교할 때 중소기업이 차자하는 종업원비중은 12%나 높고 생산액은 26.2%, 부가가치는 30.7%나 중소기업에 더 의존하고 있다.

한 마디로 중소기업을 빼곤 지역경제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대기업중심의 첨단산업 부문이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경제의 침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이후 삼성자동차와 부품협력업체의 생산중단으로 자동차 부품 및 트레일러 등 지역 제조업생산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업종이 황폐화하면서 지역경제에 지울수 없는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경제지표가 바닥세를 면치 못해 산업생산지수(5월 기준)가 전국은 125.9로 IMF이전인 97년 5월에 비해 108% 회복했으나 부산은 81.7로 97년 5월의 95의 86%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가동률도 같은 기간 전국이 79.4에서 76.5로 96.3% 회복됐으나 부산은 87.4에서 64.5로 73.8% 회복되는데 그쳤다.

수출 역시 전국은 101% 회복된데 비해 부산은 83.1% 회복에 불과하다.

실업률은 한 술 더 떠 전국 실업률 6.5% 보다 30% 이상 높은 9.6%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도 ‘삼성자동차 퇴출’이란 태풍의 눈이 도사리고 있어 취업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등 지역경제연구기관들은 삼성자동차가 퇴출될 경우 삼성차 인력 3,500여명과 협력업체 인력 등 최고 5만명이 실업, 실업률이 13~15%로 올라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저임금 구조, 구매력 바닥으로 이어져

바닥을 헤메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와 중소기업 중심의 저임금구조는 심각한 구매력 부족으로 이어져 지역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백화점에도 최근 고객들의 발길이 다소 늘어나고 있으나 매출액은 아직 IMF이전의 90%선에 머물고 있다.

롯데 현대 등 이른바 백화점 업계 ‘빅2’는 올들어 대폭 늘어난 세일기간과 고액 경품 및 사은품행사 등에 힘입어 여름세일기간부터 97년 수준에 근접했지만 태화 세원 등 향토백화점들은 97년 매출의 절반을 맴돌 정도이다.

아파트 건설경기 침체는 더욱 심해 7월 현재 미분양아파트가 여전히 6,800여 세대에 달해 부동산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아파트 사업승인 세대수는 6,000여세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000세대의 절반도 안된다.

특히 구매력 부족으로 부산지역 아파트시세가 대부분 평당 300만원을 밑돌아 서울의 20~30%에 불과하며 인근 대구 울산 마산 등에 비해서도 비슷하거나 뒤쳐지는 형편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평당 400만~500만원대에 아파트를 내놓던 건설업체들도 올들어서는 평당 350만원까지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산지역은 서민들의 유일한 부동 재테크의 수단인 아파트 등 주택구입이 오히려 재산을 줄이는 수단으로 전락, ‘빈곤의 악순환’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건축허가면적은 전국이 IMF이전에 비해 42.3% 회복한 반면 부산은 24.5% 회복에 그쳐 큰 대조를 보이고 있으며 6월 녹산국가공단 준공으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3·4분기 제조업의 내수 생산수준 설비투자 등 주요 부문 경기실사지수(BSI)가 100을 넘어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예상되고 있으나 자금사정 수출 전망 등은 여전히 밝지 않아 큰 폭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겉도는 삼성차 처리, 부산경제에 암운

특히 삼성자동차 처리가 여전히 겉돌고 있고 ▲녹산공단 분양가 인하 ▲삼성차 협력업체 부채 만기연장 등 삼성차 청산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지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43%의 저조한 분양률을 보이고 있는 녹산국가공단의 분양가를 정부가 약속한대로 인하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유치하고 수영정보단지 조성공사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부산지역의 경기부진은 400만의 거대 인구를 갖고도 이렇다할 주도산업 없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중심의 산업구조로 편성돼 온 탓”이라며 “녹산국가공단에 고부가가치산업을 유치하는 등 산업구조를 재편하지 않는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배·사회부 기자 c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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