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쾌지수] 벌어지는 빈부격차 깊어가는 사회갈등

07/28(수) 12:15

평당 1,000만원이 넘는 고급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몰려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던 6월 교육부에서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각 시도교육청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점심지원금 대상 결식아동수를 파악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 여름방학 결식아동수는 17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겨울방학의 11만8,651명보다 5만여명이, 올초 개학 당시의 15만1,375명보다도 2만여명이 늘어난 수치다. 교육부는 15만명분의 점심지원금만 확보해놓아 2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배고픈 방학을 보내게 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각종 경제지수가 경기회복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결식아동수가 늘어나는 것은 빈부격차가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중산층 몰락, 상류층 소득은 증가

97년 말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서자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조만간 좋은 세월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1년6개월여가 지난 현재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IMF의 칼바람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으로 몰아닥쳤고 고소득층은 오히려 소득을 늘리는 기회였다.

한국일보사가 지난달 창간 45주년을 맞아 전국의 20세이상 남녀 1,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IMF이전의 70%에서 IMF이후 46.3%로 대폭 줄었고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4.1%에서 52.8%로 늘어 중산층의 몰락을 대변했다.

이는 단순히 응답자들의 느낌만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공식통계로 뒷받침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도시근로자 소득통계에 따르면 소득 상위자 20%의 소득은 IMF이전에 비해 0.3% 줄어든데 그친 반면 하위로 내려갈수록 -9%, -9.9%, -11.8%, -17.2%로 감소폭이 커진다. 특히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년사이 508만9,836원에서 529만4,871원으로 4%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 현진원연구위원과 윤건영 연세대교수가 최근 발표한 공동논문에 따르면 완전 평등 0, 완전 불평등 1로 환산하는 근로자소득 지니계수가 지난해 0.3157로 계수통계가 나온 79년 이후 최악이었다. 97년 지니계수 0.2163와 비교하면 IMF를 계기로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최저 생계비조차 벌지 못하는 생활보호대상자도 지난해보다 26만명 이상 늘어난 174만명대로 나타났다.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계층간 위화감 심화

소득격차의 확대는 경제문제에 그치지 않고 계층간 적대감을 확산시키고 사회갈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최근 붙잡힌 탈옥무기수 신창원을 ‘의적(義賊)’으로 우상화하는 경향이나 신에게 피해를 당한 부유층을 매도하는 분위기 등은 이같은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옷로비사건과 삼성 이건희회장의 삼성생명을 통한 변칙 증여 등 사회지도층의 어두운 모습이 밝혀지면서 저소득층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달 봉급생활자의 소득세를 평균 28%깍아주고 농어민에게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중산층·서민 생활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국회공전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은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하에 빈부격차를 더욱 넓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조속히 부활하고 자산소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리는 적극적인 조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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