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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쇼크와 재벌개혁] 재벌의 대우죽이기?

‘가재는 게편’이라는 속담이 재계에서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정부로부터 구조조정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5대 재벌끼리 연합전선을 펴기는 커녕 오히려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그룹 지원을 위해 7월19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69개 채권금융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표자회의는 ‘보다 강한 재벌이 자기보다 약한 재벌을 죽이는’살벌한 광경이 벌어졌다.

금융감독위원회 이용근 부위원장이 참석, “금융감독기구 당국자가 채권금융기관간 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운을 뗀뒤 “대우가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채권기관도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며 강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현대, 삼성 등 재벌계열 금융회사가 말 그대로 ‘대우 죽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호 안건은 나머지 1~3호 안건이 90%가 넘는 지지율로 통과된 것과는 달리 81%(의결정족수 75%)에 불과한 저조한 지지율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날 회의에 참가했던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벌계열 금융회사들이 ‘부실기업 지원에 고객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다’, ‘은행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며 사실상 ‘대우 죽이기’에 나섰다”며 “금감위가 막판에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회의자체가 무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계열 금융사 대우에 등돌려

실제로 삼성증권(채권액 8,182억원·채권비율 2.9%), 삼성생명투신운용(7,925억원·2.8%), 삼성생명(1,457억원·0.5%) 등 삼성계열 금융기관들은 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을 결의하는 4호 안건의 표결에 모두 기권했다.

사실 대우가 삼성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는 소문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측이 빅딜과정에서 대우에 쌓인 앙금 때문에 ‘대우 위기론’을 흘리는 한편 자금압박을 가중시키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삼성은 지난해 말 대우와 빅딜협상을 벌이면서 대우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8,800억원의 여신을 회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두 그룹 총수간의 담판을 통해 빅딜협상이 재개되면서 2,200억원을 지원했다가 6월30일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이후 7월들어 다시 1,600억원을 회수해 갔다는 것이 대우측이 주장하는 ‘삼성 음모론’이다.

대우는 또 한때 시중에 유포된 ‘대우그룹 워크아웃설’의 진원지도 삼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보유통이 빠르기로 소문난 증권가에서도 대체로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어불성설”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삼성이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 8,800억원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2조원 이상의 회사채중 일부를 다른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한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 4월 지원한 2,200억원은 1개월 만기 조건이었지만 대우의 자금난을 감안해 지금까지 연장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대우가 자금난에 빠졌다는 것은 이미 올해초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얘기였다”며 “자신들의 잘못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고도 남을 탓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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