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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탈출] 비디오 세계로 떠나는 여름여행

아무리 꼼꼼히 비디오를 챙겨보아도 놓치는 작품들이 있다. 이 가게에서 볼만한 것은 다 보았다고 자신하며 점검 삼아 다른 비디오 대여점을 찾아가 보면 “아니 이런 작품이 언제 출시되었지?”하며 놀라게 된다. 극장 개봉작 이외에는 이렇다할 홍보 없이 비디오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료가 널려있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떠드는 통신의 영화방이라고 들어가봐야 제목 정도만 나열되어 있는 수준, 비디오 정보가 부실하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상반기 출시작 중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 사회성 짙은 작품 세 편을 집중 소개하고, 온가족용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은 간단하게 정리한다.

데인저러스 그라운드

다렐 제임스 루트 감독은 ‘비성’을 통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 비극을 흑, 백인 아버지의 고뇌와 화해로 대신했다. 루트 감독의 97년도 작품 ‘데인저러스 그라운드 Dangerous Ground’(연불 등급, 우일 출시)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에 의해 종지부를 찍게된 인종차별정책 이후의 남아공 현실을 다룬다. 악명 높았던 인종 차별 정책만 사라지면 흑인 원주민들의 삶이 활짝 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감독은 오랜 지배에 익숙해진 백인들보다 흑인 자신의 자각을 촉구한다. 스스로 깨어나 쟁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폭력과 살인을 통한 자각이라는 점이 꺼림칙하다.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이겠지만 상업적 안배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1983년의 남아공에서 가장 꺼리는 것 세 가지는 젊음, 과격함, 흑인이었다”는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부시 마들라지(아이스 큐브)는 당시 이를 다 갖춘 청년으로 인종 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데모대에 합류했다가 체포되어 고문당한다. 간신히 석방되어 새 생활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 아프리카 문학 박사가 되었고, 부친상을 당해 14년만에 고향 땅을 밟게된다. 도착하자마자 흑인들에게 강도를 당하고, 고향 어른들은 그에게 전통 의식을 강조하나 미국인이 다 된 부시는 이 모든 주술이 미개하게만 보인다.

가출한 막내 동생을 찾아나섰다가 마약, 범죄에 빠져든 동포 청년들의 현실을 보게된 주인공은 이렇게 개탄한다. “너희들이 남아공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데 70년대 미국 흑인들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구나” 소웨토, 선 시티, 커피 베이 등에서 촬영하며 현실감을 높인 ‘데인저러스-’는 휴 그란트의 애인으로 유명한 모델 엘리자베스 헐리와 악당으로 자주 선을 보이는 빙 라임스가 출연한다.

스킨헤드

인종 문제는 사실 전세계적인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소보 사태까지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의 영호남 운운이나 남북 문제도 크게 보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 차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흑백 갈등은 최근작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무모한 짓거리로 묘사되었다. 랜돌프 크래트 감독의 98년 작 ‘스킨 헤드 Pariah’(연불 등급, 시네마트 출시)도 비슷한 맥락에 놓인다.

백인 남자와 흑인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 흑인들은 흑인 여성에게 욕설을 퍼붓고, 백인 남자에게는 린치를 가한다. 백인 스킨 헤드족들은 한술 더 떠서 백인 남자 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흑인 여성을 강간한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흑인 여성이 자살한다. 백인 남자는 애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다 복수를 결심, 스킨 헤드족으로 위장하여 잠입한다. 이 백인 남성이 목격한 스킨 헤드족의 일상은 혼숙, 마약, 폭력, 강도질이 전부다.

신인 배우들을 기용하여 다큐 스타일로 찍은 ‘스킨 헤드’의 서두는 거창하다. “새로운 미국 창조를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미국이 바르게 발전할 때 인종 차별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 주제를 전달함에 있어서는 스킨 헤드족의 일상처럼 무절제하고 헤비 메탈 사운드 남발처럼 어수선하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킬러

배우의 인기가 올라가면 왕년에 찍었던 영화까지 빛을 보게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킬러 El Placer de Matar (살인의 쾌락)’(연불 등급, 우일 출시)도 그런 경우다. 할리우드 진출 이전인 87년 스페인 영화로 감독은 펠릭스 로레타. 마돈나 덕분에 할리우드에 팔려와 섹시함을 무기로 삼더니 이제는 비만과 거만이 감지되는 스타가 된 반데라스의 청순한 옛날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다 그의 애인으로 분한 빅토리아 아브릴도 건달에게 순정을 바치는 영악하지 못한 아가씨로 등장하니, 세월이 무상하다고나 할까.

군대 상사의 사주로 프로 킬러가 된 폐쇄적인 성격의 대학 교수 안드레스(마티유 카리에리)와 건달 루이스(안토니오 반데라스). 두 사람은 살인의 쾌감을 공감한 후 치근덕거리는 여자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주변인들을 한적한 곳으로 끌고가 사격 연습용으로 쓴 후 암매장 한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총소리를 들은 시골 여자들, 경찰로까지 살인의 범위를 넓히게 되고.

“전쟁터에서만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야. 경찰, 테러리스트, 사냥꾼, 정신이상자, 살인청부업자만 살인하는줄 알다니. 살인에는 면허증이 없어”라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두 사내. 이들은 경찰서장을 마약 중독자로 설정하여 살인자에게 변명거리를 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나 설득력이 약하다.

옥선희·비디오 칼럼 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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