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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청와대 민정수석] "차안에 예언서 넣고 다닙니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인왕산 녹음이 우거진 청와대 본관 3층에 민정수석실이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된지 정확히 1년4개월만에 부활된 민정수석실은 첫 주인으로 김성재(51) 한신대교수를 맞이했다.

과거 정권마다 사정의 칼날을 쥐고 있는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실세중의 실세였던 탓에 김교수의 수석발탁은 여권내부에서도 하나의 충격이었다. 물론 현재는 사정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비서관이 비서실장 직속으로 돼 있지만 대통령에게 수시로 민심동향을 전달하는 민정수석의 무게는 여전하다는 평이다.

7일 오후 3평 남짓한 민정수석 집무실에서 만난 김수석은 동안(童顔)에 서글서글하고 격의 없는 대화방식으로 상대방을 편하게 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의 책상위에는 민원인들의 편지와 각종 민심동향서류들로 가득했다.

-무척 바쁘신 것같습니다.

“집에서 보통 아침 6시30분에 출발해서 밤 12시가 넘어야 들어갑니다. (청와대에)들어와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바쁜 것 같아요. 청와대로 하루에 민원편지가 평균 400여통이 오는데 차안에서든 집에 가져가서든 가능한 다 읽어봅니다. 아무래도 민정수석의 기본업무가 민심을 밑바닥부터 파악하고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이니까 몸으로 뛰어다니려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해요.”

(민정수석 보좌관은 일정을 30분단위로 쪼개서 짜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통령이 민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많은 시기에 민정수석으로 발탁돼 할 일이 많겠습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동안 민정수석실이 없어서인지 들어와서 보니까 체계적인 민심전달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보고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물론 의도적인 왜곡은 아니고요. 그래서 부지런히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화성 씨랜드화재현장에 갔다 온뒤 대통령께 한번 들러서 유가족들을 위로해달라고 건의도 했습니다. 시민단체나 경제단체 등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김수석은 여론과 민심의 차이를 강조했다.

“여론은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대통령도 언론보도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제가 파악할 일은 민심이지요. 민심은 말 그대로 국민들의 속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느낀 것은 민심이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마음도 제대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오해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 아쉬었습니다. 특히 IMF체제의 와중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 불가피하게 희생당한 분들이 많아 오해가 증폭된 것 같아요. 이들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해주어야지요. 앞으로 민심과 대통령의 마음을 양방향으로 전달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대통령에게 껄끄러운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할 텐데요.

“차안에 예언자들의 책을 넣고 다닙니다. 어려운 시기에 신(神)은 왕을 비판하고 민심과 신의 뜻을 왕에게 전달하는 예언자를 보내지요.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감없이 대통령께 이야기할 것입니다. 대통령도 저에게 그것을 요구하셨어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중 발표한 8·15 국보법 위반사범 사면 및 국보법개정 계획도 김수석께서 건의하신 겁니까.

“원래 대통령의 뜻입니다. 제가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 아침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같이 했는데 대통령께서 ‘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이 됐다. 그게 아니면 내가 이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난 100년간, 가깝게는 분단이후 50여년간 우리국민은 엄청난 고통과 수난을 당했는데 21세기로 가는 마지막 광복절에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청산하는 무엇인가 큰 조치가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구체적인 방안을 보고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순방을 떠나시기전 몇가지 방안을 요약해서 드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국보법위반사범 사면과 국보법개정이었습니다.”

-최근에 세간에서는 정부정책이 갈팡질팡한다는 말이 많은데.

“민주주의가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물론 정책혼선은 없어야겠지만 기계적이고 일방적인 결정과 집행은 안됩니다. 지금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과도적 시기여서 약간의 혼선이 나타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적 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지요. 그러나 일선 행정기관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일이 있으면 바로잡을 것입니다.”

인터뷰가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지자 김수석은 다음 일정 때문에 초조한 기색을 보였지만 자주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기자는 염치불구하고 몇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청와대에는 쟁쟁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정치적인 감각도 있어야 하는데 힘들지 않습니까.

“(너털웃음을 지으며)저는 권력이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동안 수차례 국회의원 출마 등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이번에도 민정수석에 다른 분을 추천했는데 대통령께서 직접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 ‘도와달라’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현재 청와대 수석들을 나만큼 많이 아는 사람도 없어요. 대부분 그전에 접촉을 많이 했던 분들입니다.”

김수석을 더이상 붙잡아 놓기가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교수로, 재야운동가로 지내다 갑자기 차관급 공무원 신분이 됐는데 어색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구형 쏘나타를 몰고 다니다 기사까지 딸린 그랜저승용차를 타니까 너무 이상해요. 그런데 이런 것에 익숙해지면 망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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