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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공생, 방조, 조장

탈옥수 신창원의 검거로 우리사회의 천박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온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신창원이었기에 그의 일기나 말이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위력’을 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창원 사건의 부수효과라 할만 합니다.

일부 경찰관들의 작태들은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습니다. 신을 쫓던 한 경찰관은 신의 동거녀를 성폭행했습니다. 한 경찰서는 신을 파출소앞까지 연행한뒤 놓치고는 ‘신이 아니다’고 허위보고하는가 하면, 또다른 경찰관은 신과 격투하다 ‘총만 주고 가라’고 애원하다시피 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신을 놓친 경찰관 등에 대한 징계가 잇따라 ‘신창원 인사’라는 말이 유행하던 상태에서 신이 동거녀의 오빠가 폭력혐의로 입건된 경찰서에 2번이나 찾아갔는데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신은 이때 수사경찰관에게 돈도 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관과 범죄의 공생입니다.

한 교도관이 재소자들의 입을 벌리게 한뒤 가래침을 뱉었다던가, 재래식 화장실 변기통에 얼굴을 밀어넣게 했다는 신의 주장은 소름을 끼치게 합니다. 오래전의 일이라고 치부할 사항이 아닙니다. 법무부는 ‘대도 조세형’이 교도소의 인권유린행위를 폭로하자 언론에 청송보호감호소 내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행해지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다릅니다. 보여주는 것은 껍데기일 뿐입니다. 교도소는 범법자에게 죄값을 치르도록 하면서 아울러 바른 길로 이끄는 곳입니다. 그런 교도소에서 죄인들을 부당하게 대할 때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집니다.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죄질이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져 사회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회불안 요인의 확대재생산이자 ‘범죄 생산행위’입니다. 닥치는 대로 훔치고 강도를 했으면서도 ‘잘못된 세상을 응징한답시고’ 전직 대통령들 집을 찾아나서는 신창원의 어처구니 없는 자기합리화가 이를 잘 말해줍니다.

일부 부유층의 빗나간 행태들도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금품을 빼앗기거나 도둑맡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범죄 방조행위’입니다. 몇년전 서울의 부자동네를 전문으로 털어온 범인이 잡히면서 많은 장물이 나왔으나 주인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일어났지요. 부유층의 범죄방조행위는 크게 두가지 이유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뜻뜻하지 못한 부의 축적입니다. 비난을 우려해 당하고 마는 것이지요. 둘째는 부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시각입니다. 정당한 노력으로 쌓은 부는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부정한 축적으로 치부되자 신고후 비난이 귀찮아 기피합니다.

이같은 상황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신창원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왜 그같은 잘못된 의식들이 우리사회 저변에 폭넓게 깔려 있느냐는 것입니다. 제역할을 하지 않은 정치인, 고위공직자 등 소위 사회지도층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대형 사건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리스트’에 이들은 약방의 감초격입니다. 비리사슬의 선봉에 서거나 부패구조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자리가 아닌 엉뚱한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작금의 정치현실은 어떻습니까. 정치권은 세확산에 온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의 뺏기와 뺏기지 않기의 싸움에 김영삼 전대통령까지 끼어들었지요. YS의 가세는 공동여당의 내각제 개헌 연기와 맞물려 ‘후삼김시대’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있습니다.‘다 해먹어라’는 비아냥도 내재돼 있습니다. 우리정치사의 큰 문제중의 하나인 패거리정치 때문입니다. 패거리정치에는 보스와 추종자만 있을 뿐입니다. 보스 1인만 있는 정치토양에서는 인물이 클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후삼김시대’라는 말이 나옵니까.

정치권의 세확산 싸움이 우선은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양상인 정치판에 당장의 민생문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민생관련 많은 법안들이 의사당안에서 먼지만 쌓여갑니다. 정계개편이 본격화하면 해바라기·철새 정치인이 준동하고, 폭로·비방전이 난무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신창원 사건을 우리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듯이 앞으로 마구 쏟아질 정치인의 말들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휘둘러지거나 헷갈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제자리를 찾는 첩경입니다.

정재룡·주간한국부 부장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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