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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산'재건, 거산의 거꾸로 오르기

3김(金)은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

정치권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새 천년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지난 천년 쪽으로 뒷걸음질 치고있다. 30여년 동안 그늘을 드리웠던, 이제는 끝인가 싶던 3김정치가 또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후3김시대’의 서곡이 울렸다. 도입부의 테마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민주산악회’(이하 민산) 재건 선언. DJP의 정계개편 움직임도 모티브가 됐다.

흘러간 노랫가락을 들어야 하는 국민들은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긍정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었던 지난날의 3김정치와는 달리 후3김정치는 오로지 부정적인 요소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지역분할과 지역대립만이 후3김정치의 토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YS를 끌어냈나

김전대통령은 7월21일 한나라당 박종웅의원을 통해 “민주산악회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반독재, 민주회복 세력의 결집체’를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조직하겠다고 했다.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딛을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YS가 등산화끈을 조여매면서 들이댄 이유는 “장기 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는 DJP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YS에게 DJ는 영원한 경쟁상대일 수 밖에 없음을 짐작케 한다. 박종웅의원은 “당초 8월말로 예정됐던 민산 카드를 서둘러 꺼낼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권의 내각제 논의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신당창당 움직임까지 시작된 마당에 망설일 까닭이 없다는 것.

YS측은 무기력한 야당탓도 했다. 한나라당이 대안세력으로 국민에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사만루, 상대투수는 컨트롤도 없고 공도 빠르지 않은 상태. 내·외야의 수비도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단 한점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속셈은 무엇인가

YS의 민산 재건선언이 겨냥한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부산·경남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신당을 꾸리겠다는 뜻으로 파악하는 쪽도 있다.

‘YS 신당을 세우기 위한 사전 땅고르기’로 보는 관측자들은 여권의 정계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YS가 ‘헤쳐 모여’를 외치며 깃발을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은 올초부터 이어진 상도동 만찬정치와 부산·경남지역 방문(4월) 및 일본 방문(6월)이 이를 위한 전단계 수순이었다고 분석하고있다. YS가 민산을 택한 까닭도 창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한다. 과거 민산이 시지부는 물론 시군구까지 조직돼 있었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안에 정치세력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YS가 최근 국민회의로 말을 바꿔 탄 이인제당무위원, 서석재 김운환의원 등에게 탈당을 종용했다는 설, 신당의 얼굴을 물색 중이라는 설 등도 신당 창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창당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예상하는 쪽은 현재의 정치 현실을 근거로 내세운다. 전국적인 조직을 단시일내에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것은 불문가지. 게다가 신당 창당은 ‘지역감정을 볼모로 한다’는 국민의 비난이 뒤따를 게 뻔하다. 한마디로 YS에게는 지역 정서만 있을 뿐 돈도 명분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박종웅의원도 “민산 재건 선언을 신당 창당의 전단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총선 대비 조직으로 보지마라. 정당의 차원을 넘어선 민주화세력의 결집체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YS가 민산 재건선언을 “단기적으로는 내년 총선에 대한 영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다음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고 있다.

정치권의 대응은

현재까지 한나라당은 노골적인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민산이 대(對)DJP 투쟁이라는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경우 연대및 공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산이 공격 타깃을 넓히거나 아예 바꾸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경식사무총장은 민산 재건 선언 이튿날 “당의 밑바닥을 파면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1차 방어선을 쳤다. 민산이 당을 흔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내키지는 않지만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이경우 이총재가 YS와 적당한 선에서 화해를 시도할 것으로 보는 이는 의외로 적다. 상대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YS의 스타일을 이총재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총재의 몇몇 측근들은 이른바 뉴 밀레니엄 리더십이나 이회창식 새정치를 국민 머리속에 깊이 각인시키려면 후3김시대의 부활을 차기 대선의 승부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여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경우 오히려 YS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판단, YS의 정치재개 움직임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모른 체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것. 여권으로서는 또 신당출현이 오히려 낫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단일야당 보다는 아무래도 힘이 흩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feelchoi@hk.co.kr

민주산악회는 신군부 세력에 저항하기 위해 81년6월에 결성됐다. 84년 출범한 민추협과 함께 신민당의 모태가 됐지만 YS의 사조직 성격이 강했다. 당초 10만명 규모였던 민산은 YS가 구 민자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92년에는 최형우(崔炯佑)의원을 회장으로 추대, 자칭 100만명의 전국조직으로 발전했다.

YS의 대통령 당선 직후 해체 지시로 휴면기에 들어갔고 97년 대선때 잠깐 세력 복원에 나서기도 했다. 몇달전에는 장학노(張學魯) 전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이 도산(道山)동지회를 결성, 재건을 위한 물밑 활동을 시작했다.

최성욱·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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