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어제와 오늘] 북한기행(紀行) ‘99년 4~6월’

미 국무부의 공보원(USIA)이 6월18일 ‘서해 6·15 사태’를 전후한 세계 각지의 기사·논평을 취합해 돌렸다. 이 보도 참고 자료에는 페리 미국 한반도 조정관 방북을 전후해 북한 어뢰정 격침까지 5월25일~6월18일의 각국의 심층취재, 논평, 사설 등 42편이 실렸다.

이 자료에는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서해 어장 확보설’‘북방 한계선 무력화설’, ‘서해5도 해역 분쟁화설’, ‘베이징 회담을 겨냥한 우위 확보설’, ‘미국과의 평화협정 유도를 위한 분위기 조성설’, ‘북한 지도부 내부의 혼선설’ 등이 뒤섞여 있다. 여기에 인천대 김학준 교수는 ‘위신만회설’을 첨가했다. 금창리 핵시설 사찰로 별로 재미를 못본 북한이 다시 베이징과 워싱턴의 북·미, 남북회담에서 ‘위신’을 되찾기 위해 일을 저질렀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어떻든 김교수의 분석이나 미 공보원 ‘자료’에는 사태 당사국의 현상에 대한 분석, 전술, 전략 등이 있다. 변명이 있고 주장이 있고, 이념과 이론이 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 한(하나의)민족이 되려는 통일문제 때문에 벌어진 이번 사태의 주역인 북한의 실상에 대한 ‘자료’가 없다. 특히 북한의 주체인 ‘인민’의 99년 4~6월의 실정은 더욱 찾을 수 없다. 북한의 ‘인민’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라는 큰 문제가 사라진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 스타’지는 6월10일자 여행란에 이라리아 마리아 사라 라는 컬럼니스트의 ‘북한 환상의 우주’라는 기행문을 실었다. 이 여행가는 ‘환상의 우주’라고 북한을 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중국 단동에서 떠난 기차는 수백미터 떨어진 신의주에 왔다. 기차안에서의 세관 검사는 책장 한장, 한장까지 뒤지는 것이었다. 객차의 창문은 비가오자 가지고 있던 비닐로 막아야 했다. 신의주역 광장에는 위대한 김일성의 동상이 외로이 서 있었다. “북한 인민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그들이 가진 것이 있다면 중국인에게 쓸모없는 것이다 ”는 게 자주 북한을 찾는 중국인의 설명이었다.

이 홍콩 여행가가 느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그가 묵은 42층 1,000실 호텔에 15실이 겨우 찬 것으로 봐서 설명될 수 있었다.

그는 기행문에서 쓰고 있다. “북한에 온 여행가는 두개의 나라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한나라는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고 그 모습을 해석해야 하는 나라, 또 한쪽은 공식적인 나라다. ‘초현실적인 그림인 환상의 우주 같은 나라. -모든 것이 풍족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외국 여행객에게는 질문이 필요없는 그런 나라.”

이 여행가는 평양을 떠나는 날 안내원에게 묻는다. “저 산마루에 수건을 동여매고 풀뿌리를 캐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은 무얼 하는거요.” “서방언론들이 우리의 식량사정을 너무 과장하고 있지요. 물론 그들은 양식을 뜯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토끼에게 먹일 풀을 뜯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에는 토끼를 기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여행가에게는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초현실주의적 그림인 환상의 우주’라는 공화국이었다.

6월29일자 조선일보에 난 “아버지, 아-하세요”라는 광고를 본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월간조선’ 7월호에 난 ‘북한에서 온 편지’를 쓴 평남 00시 ‘40 대남자’의 막내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편지’는 1952년 평양에서 태어난 이 ‘40대 남자’일가족의 99년 4월까지의 가난의 역사가 있는 그대로 그려진 사실화다. 그전 북한의 실정이요, 실상이요. 실화다.

아내와 아들, 어머니와 동생을 94~95년에 굶겨죽인 이 ‘40대 남자’는 막내딸이 볏집에서 뜯어온 20알의 쌀알을 받아먹는 삶을 ‘아버지, 아- 하세요’로 상징화하고 있다.

그는 이런 막내딸 마져 함경남도 고원에서 잃고 지금 한가지 소원을 그래도 ‘김정일 장군님’께 바라고 있다.

“장군님! 수령님께서 주신다던 흰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바라던 우리 할아버지가 보지 못하고 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또 그냥 가버렸습니다. 이제 아이들까지 떠나가는데 수령님께서 주시지 못한 것 장군님께서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북한은 환상·환각, 망상의 초현실적 그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은 ‘햇볕’이나 ‘달빛’을 따지기전에 이런 인간적인 북한기행기, 실화를 숨김없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북의 ‘인민’이 같은 동포, 같은 민족임을 실감할 것이다. 한국 시민이 ‘장군님’은 싫어도 ‘아버지, 아- 하세요’하는 12세의 효녀는 무척 좋아할 것이다. 어여뻐 할 것이다. 굶어죽으면서도 부모를 섬기는 韓민족은 한민족이 될 수 있다.

박용배·통일문제연구소장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5월 제2828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2020년 03월 제2819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아산 지중해 마을…이국적 파스텔톤 골목 아산 지중해 마을…이국적 파스텔톤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