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빅딜, 잃은것 없는 삼성

07/15(목) 10:51

“역시 삼성이다. 우회돌파로 최대의 숙원이던 삼성생명의 증시상장을 관철시켰다”“무슨 소리냐. 연말까지 끝을 내겠다고 약속한 DJ의 재벌개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특혜시비로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이건희 삼성회장의 ‘추가 사재출연‘을 통한 손실보전과 삼성생명의 조기상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7월9일 “이미 몇 년전에 매듭지어졌어야 할 삼성·교보생명 상장문제가 또다시 2~3년 미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청회 등 여론수렴작업을 거쳐 내년 2~3월께 상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속되는 ‘추가 사재출연’요구에 강경하게 버티던 삼성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자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와 삼성이 ‘추가 사재출연’과 ‘삼성생명 증시상장’을 빅딜(맞교환)하는 양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과 관련, 정부와 삼성중 어느 쪽이 보다 많은 것을 얻었는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삼성이 정부에 판정승"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삼성이 ‘추가 사재출연’이라는 립 서비스로 악화된 여론의 화살을 피하는 것은 물론 당초 목표인 삼성생명 증시상장을 관철시키는 등 정부와의 협상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생명 주식의 주당 가치가 당초 예상대로 70만원을 넘어설 경우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생명 관계자는 “국내외 평가기관에 의뢰해 산정한 삼성생명의 주당가치 70만원은 오히려 저평가된 측면도 있다. 증시에 상장될 경우 70만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삼성은 이밖에도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조기에 진화했다. 또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제기해 국세청등이 조사에 나선 이건희 회장과 아들 재용씨의 주식 취득문제에 대한 협의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그룹의 아킬레스건은 오너나 그 가족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주당 70만원인 삼성생명 주식을 이회장과 재용씨가 9,000원에 취득했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이 공론화할 경우 삼성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상처를 얻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의 맞대결에서 삼성이 결과적으로 이득을 얻었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가 확고하게 삼성을 몰아붙여 의지를 관철시켰다”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특히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장기적으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생명을 분리시킬 수 있게 된 것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A은행의 한 임원은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에 4,500억원을 대출하는 등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다”며 “비록 이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남아있더라도 삼성생명을 상장시킬 경우 재벌총수가 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황제식 경영’의 여지를 크게 좁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은 내년 2~3월께 삼성생명을 상장시킨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증시상장을 위한 실무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증시상장에 따른 이득을 계약자와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민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보험계약자에 대한 공모우선권 부여나 자산재평가 차익의 추가 배당이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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