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헝클어진 옷자락 "이젠 추스릴때"

07/15(목) 11:41

지난주 경제계는 삼성의 대단한 논리전개와 추진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삼성자동차 처리방안을 놓고 1주일여동안 정부와 벌인 치열한 공방전을 ‘사실상 완승’으로 매듭지은 것이다.

6월30일 삼성그룹이 내놓은 삼성차 처리안은 ‘2조8,000억원에 상당하는 이건희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 출연과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이다. 이회장의 사재로 삼성차의 빚을 갚되 삼성차만큼은 더이상 돌리지 않겠다는 요지다.

이후 정부는 ‘삼성의 책임 전담론’을 일관되게 말했으나 삼성은 오히려 ‘채권단 분담론’을 들고나와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방문길에서 돌아온 김대중대통령이 채권단의 책임을 말하자 삼성은 “채권단도 책임을 져야한다라는 삼성의 주장을 단순히 삼성만의 결정으로 보지 말아달라. 삼성이 그렇게 계산없이 대응하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삼성이 청와대와 깊숙한 사전논의를 거쳐 시시각각 대응에 나선 것처럼 과시(?)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제로 했던 삼성차 처리방안은 많은 논란끝에 결국 ‘원안대로, 삼성이 의도한대로’채택됐다. 삼성측 중견 실무자의 말처럼 ‘청와대와의 충분한 협의아래’ 결정됐든, 아니면 삼성측 논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논리에 맞든, 삼성은 삼성차 처리와 관해 바라던 바를 모두 이뤄냈다. 골치아픈 삼성차를 떨어내고 10년 숙원이던 삼성생명의 조기상장을 이뤄 ‘역시 대단한 삼성’임을 다시한번 입증한 셈이다.

대생·한보·진로 등 미제 현안들 매듭되는 한주

삼성차 처리문제는 이렇게 한고비를 넘겼으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변화라면 처리의 장이 정부와 삼성에서 채권단과 삼성으로 옮겨진 정도다. 이번주 경제계는 따라서 삼성차 부채처리를 위한 채권단과 삼성의 협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한생명과 한보철강 진로쿠어스 등 미제 현안들이 하나둘 매듭되는 한주가 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삼성차 처리다. 13일 열린 채권단회의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논의의 골자는 삼성생명의 주식평가를 얼마로 할 것인가와 채권단간 주식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삼성차 부산공장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등이다. 특히 삼성생명 주식평가는 삼성과 채권단간 가장 첨예한 문제로 등장할 것 같다. 가격산정에 따라 삼성이 추가로 돈을 더 내야하는지와 채권단의 부채처리 기준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차 부산공장 처리문제 역시 간단치 않다. 공장을 계속 가동할 것인지, 대우가 인수할 것인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특히 그룹 전체적으로 본격적인 군살빼기에 들어간 대우가 부산공장 가동을 책임질 경우 반대급부로 제시될 정부의 지원방안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12일 정부의 부산경제 회생방안이 본격 발표돼 부산공장의 페쇄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한생명 제3차 입찰결과는 15일 발표된다. 국내기업중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가 대생을 인수할 수 있는지가 관심이다. 정부는 외국기업이 인수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아직 뚜렷하게 나서는 기업이 없다. 한화로의 낙찰가능성이 점점 높아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역시 유찰될 것으로 보고있다. LG는 유찰될 경우 다시 참여할 계획을 세워놓고 15일 정부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진로쿠어스의 재입찰이 이번주에 실시되며 해태음료도 새로운 주인을 찾게된다. 한보철강 매각과 관련해 이번 주에 우선 협상 대상 업체를 선정하게 되는데 동국제강이 입찰제안서 제출을 포기함으로써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유력해졌다.

종합지수 네자리시대가 정착될 것인지의 여부도 이번주중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수 900과 1200사이를 오가며 지수 네자리시대를 다질 것으로 점치는 관계자들이 많다. 그러나 외국투자자들이 팔자에 주력하고 있는 점을 들어 조정장세의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전문가도 적지않다. 15일로 예정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경련 회장단 오찬도 재계의 관심거리다. 세무조사, 금융계열사 조사, 공정거래조사 등으로 재벌에 대해 십자포화에 나선 정부의 대재벌정책이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jjl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