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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경영진은 퇴진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실패경영진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경연은 11일 발표한 ‘향후 대기업 환경변화와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변화된 경영환경상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대기업그룹의 선단식 경영체제를 독립 소그룹체제로 전환시키고 5대그룹이라도 부실계열사에 대해서는 경영권 포기를 각오하고서라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신청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실패경영진 퇴진및 구조조정을 주도할 신진 경영진을 대폭보강하고 사외이사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한경연은 이와함께 자본시장에서 대기업 감시강화, 소액주주및 외국인 투자가세력의 확대, 결합재무제표도입 등으로 그룹식, 선단식 경영에 따른 불이익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업종간 상호출자및 대출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독립소그룹체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경련의 이번 보고서는 얼핏보기에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나 정부의 재벌개혁 교과서로 착각할 정도다.

대표적인 재계의 씽크탱크(두뇌집단)로 재계의 이익을 논리적으로 지원해온 한경련이 이번 보고서를 내게된 배경에 대한 추측들이 설왕설래다.

좌승희 한경연원장은 “정부 제재보다 시장 제재가 더 무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기업 스스로 개혁을 선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업이 어떻게 구조조정을 추진해갈지를 모색하기 위해 보고서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특별세무조사, 이건희 삼성회장의 우회증여혐의조사, 현대그룹 주가조작 조사 등 재벌개혁의 칼날이 총수를 겨냥하면서 재계가 백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재계로서는 계속 수동적인 자세를 견지하다가는 `총수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정부정책에 적극 동조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정부못지 않은 재벌감시꾼으로 등장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제스처라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재계는 시민단체들의 전방위 압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별다른 대책을 내놓치 못한채 고심해왔다,

이승철 전경련 기획본부장은 “지난달 회장단회의에서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고 말했다. 전경련내에서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한 반대논리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편 재계일각의 호사가들은 전경련회장이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라는 점과 한경련 보고서에 실패경영진 퇴진 등을 연결시켜 삼성 이건희회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물론 좌승희원장은 “특정 기업을 의식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송용회·주간한국부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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