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블'로 먹은 외국인투자가

07/22(목) 16:42

조철환·주간한국부기자

‘127대 26’

대학교 농구팀과 중학교 농구팀이 경기를 벌였을 때 나올만한 점수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는 올들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거둔 수익률 차이다. 쉽게 말해 올들어 7개월 동안 외국인이 소위 ‘더블’을 칠때 일반인들은 26%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던 것이다.

외국인들이 압도적인 성적을 보이자 ‘도대체 외국인의 투자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7월이후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차익실현을 위한 일시적인 매도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경신 대유증권 이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실물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지수 850~900선을 적정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7월이후 1조원 가량을 외국인이 팔아치운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라 그 동안의 투자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단기 투자자금중 일부는 빠져나가고 있지만 장기자금은 한국경제를 낙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경제에 실망하고 있으며 따라서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행렬도 그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난히 한국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 투자분석가인 스티브 마빈은 7월15일 증권업협회 초청강연에서 “외국인들의 잇단 매도사태는 무리한 시설투자, 구조조정의 부진으로 더 이상의 주가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머니’로 무장한 외국인 세력이 한국에서의 ‘리스크’를 감내하지 못하면서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정통한 한 관계자 역시 “올들어 한국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증시 전체가 활황국면”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 소정의 투자수익률을 달성한 외국인들이 동남아 증시로 말을 바꿔타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인의 6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낸 외국인들의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증시 전문가들은 “핵심 우량주에 대한 집중투자, 철저한 수익위주의 투자, 장기보유 등의 3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바꿔말하면 일반인들도 철저한 수익성 분석과 함께 핵심 우량주위주로 투자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을 뒤쫓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투자신탁 등 기관투자자들도 외국인 투자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복제펀드’등을 내놓고 있다. 대유증권 김이사는 “외국인들이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종목(표 참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인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에 대해 각도를 달리하는 설명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외국인이 샀다면 무조건 함께 산다’는 일반인들의 외국인 뒤쫓기식의 투자가 역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골드만삭스와 국민은행이 자본제휴 계약을 맺기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민은행을 대거 매입하는 등 외국인끼리의 내부정보 공유도 일반투자자들을 멍들게 하는 또다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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