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대우뇌관'

07/23(금) 14:10

“마침내 한국경제를 뒤흔들 핵폭탄의 뇌관이 터지는 걸까.”

‘대우가 터지면 기아사태의 100배가 넘는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수면아래서 잠복해왔던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마침내 공론화됐다.

대우그룹은 19일 김우중 회장의 1조2,553억원 사재출연을 포함, 10조1,345억원의 자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동성 개선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대우는 이에 따라 김회장의 교보생명 지분(11%, 9,000억원 상당)과 상장·비상장계열사 지분 등 1조2,553억원의 보유사재 전부를 출연할 예정이다. 또 계열사가 보유중인 교보생명(24%), 한미은행 지분(19.5%), 그룹사옥 등 부동산, 계열사주식 등 10조1,345억원의 자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정부와 채권단도 이같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대우그룹 자금난의 원인이 되고 있는 6조~7조원대에 이르는 기업어음(CP) 등 단기여신의 만기를 6개월 정도 연장해주기로 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이례적으로 대우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금융지원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대우의 위기는 대우그룹 혼자의 문제가 아니며, 자칫 한국경제 전체의 신뢰성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우의 채무총액은 1·2금융권의 여신을 포함, 공식적으로 지난해말 현재 60조원에 이른다. 이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선뒤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공적자금(64조원)과 맞먹는 액수다. 결국 대우가 잘못되면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다시 해야하는 사태로 이어지며 이는 겨우 회복 단계에 들어선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한때 ‘세계경영’을 표방하며 승승장구하던 대우그룹이 위기에 몰린 이유는 뭘까.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대우그룹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은 부실덩어리인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금융기관이 골치를 앓는 부실기업을 인수하면서 그 대가로 종자돈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모면해왔다”며 “빚을 키워 연명해온 대우그룹 특유의 경영관행이 마침내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그룹은 삼성자동차 인수가 희박해지면서 6월말이후 심각한 유동성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자동차 인수의 대가로 삼성과 금융기관에서 유동성문제를 해결할 자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 어긋나자 금융기관의 채무상환 요구가 빗발쳤던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수조원 규모의 CP가 대우의 만기연장 요청을 거부한채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했다.

한편 채권단과 재계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책임질 것이 전혀없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2조8,000억원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며 “우리가 죽으면 한국경제도 죽는다”라는 대우의 ‘벼랑끝 전술’에 정부가 넘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10조원이 넘는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대우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우그룹의 발표가 있던 19일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가 추가로 내놓을 담보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정말로 담보가치가 있는 것인지 검증을 해봐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실경영의 당사자인 김회장이 워크아웃을 거부하는 등 경영권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우는 “대우의 구조조정 노력을 시장(市場)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벌이 자초한 부실경영을 국민의 혈세로 뒷처리하는 잘못된 관행이 재연되고 있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다.

조철환·주간한국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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