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앞세워 부산을 죽일라카나"

07/15(목) 10:44

“‘부산경제 죽이기’를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방침에 부산지역이 끓고 있다.

6월30일 삼성차의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계획이 밝혀진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돼오던 삼성차살리기운동이 부산시민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주최로 7월7일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김대중정부 규탄대회 및 삼성제품 불매 100만인 서명운동 발대식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1만여명이 참가해 지역정서를 반영했다.

이날 집회는 군사정권 종식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대정부투쟁 성격을 띠었다.

부산시도 6일 시의회 국회의원 경제단체 협력업체 등 26개 단체 51명으로 부산자동차산업살리기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삼성차 조기 정상가동 ▲협력업체 생존방안 마련 ▲제3자 매각시 ‘선 인수 가동, 후 정산’ 등 6개항을 정부와 삼성에 건의하는 등 삼성차 청산반대에 정면으로 나섰다.

삼성차 처리문제를 둘러싼 속내를 들여다 보면 ‘공장 하나 문 닫는 것을 가지고 웬 말이 많으냐’며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해 12월 삼성과 대우의 삼성차 빅딜계획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국가경제를 위한 큰 그림을 위해서는 부산지역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해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반발도 조절양상을 보였다.

“7개월간 질질 끌며 피해만” 주장

그러나 7개월간 끌어온 빅딜 논의가 결국 삼성차 부산공장 폐쇄로 가닥을 잡자 ‘자동차 산업 청산=부산경제 결딴’이란 등식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됐고 급기야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

빅딜 논리인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우가 삼성차를 인수, 자동차산업을 현대·대우 복점체제로 육성하는 것에 수긍하려 했던 시민들도 7개월간 지역경제에 극심한 고통을 준 결과가 결국 삼성차 청산인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수조원을 투입한 삼성차를 반드시 청산해야만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살고 빅딜의 의미를 찾는 것이냐”며 정부의 정책 혼선을 질타하고 있다.

지역 경제연구단체 등도 “‘규모의 경제’를 위한 구조조정이라면 부평 평택 등 설비가 노후화해 경쟁력이 뒤지는 공장을 대상으로 해야지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춘 삼성차 부산공장을 해체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연대 서세욱사무총장은 “정부가 삼성차를 청산하려는 것은 결국 부산경제를 죽이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이 부산경제를 생각하는 척하면서 삼성생명 주식상장을 통해 잇속만 챙기고 자동차산업은 팽개치려 했다는 배신감도 시민 반발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이런 저런 사정과 부산 지역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삼성차 살리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부산발전연구원 분석 결과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 완전 폐쇄될 경우 연간 8만대 생산을 기준으로 직·간접 생산감소효과가 지역 연간 제조업생산액의 20%가량인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삼성차가 당초 계획했던 50만대 생산 확장계획 취소에 따른 상실효과까지 감안하면 감소효과는 모두 24조2,000억원, 고용유발 감소효과도 1차 협력업체 95개를 포함해 2,000여개 업체에 4만~5만명에 달한다.

부산경제 ‘구세주’인식, 기대 물거품

한마디로 삼성자동차와 주변 자동차산업은 60, 70년대에 잘나갔던 합판, 신발산업이 침체로 돌아선후 신속한 업종전환에 실패, 극심한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어 온 부산 지역경제에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런 만큼 자동차산업을 빼고서는 400만의 거대인구를 갖고 산업생산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에서 날로 뒤쳐지는 부산경제를 지탱할 다른 방도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조업중단이후 자동차관련산업 생산액이 40%이상 줄어 지역산업생산지수가 전국 평균에 비해 20%가량 밑돌고 있다.

또 제조업 생산 부진은 구매력 부족으로 이어져 건설수주액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이하로 내려 앉았고 미분양 아파트물량도 여전히 9,000여세대에 달해 건설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산지역의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웬만한 서울지역 아파트의 30%이하인 평당 300만원을 밑돌고 있어 인근 대구 울산 창원 마산 등에 비해서도 낮은 형편이며 백화점을 위시한 유통업체들도 경기회복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대중정부 출범이후 유치한 한국선물거래소도 선물회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데다 개장 초기의 거래부진으로 고용창출효과나 금융파급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여건속에서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처리를 둘러싼 정부의 후속 대책이나 삼성의 부산경제 회생계획 등도 시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민심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대다수 시민들은 대우가 7개월여동안 삼성과 삼성차 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깨진 마당에 4조원이 넘는 부채를 해소한 삼성차를 인수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젖고 있다.

삼성이 또 경기 수원의 백색가전라인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서도 이전 경비 및 수원지역의 반발 등을 들어 시큰둥한 반응이다.

부산지역은 자동차와 달리 전자부문에 대한 기반이 취약, 가전제품라인을 이전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고 여러가지 여건상 자동차산업을 전자산업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지난달 준공이후 아직 활성화가 안되고 있는 녹산공단을 이전적지로 주목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수원지역의 반발과 해풍에 민감한 전자제품의 성격상 이전규모도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관련 부산발전연구원 정승진선임연구원은 “삼성의 주장대로 연간 8만대 생산만으로도 공장가동이 가능한 만큼 부산공장을 정상가동시킨 이후 협력업체와의 공생이 가능한 국내외 업체에 매각하든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차 처리를 둘러싼 부산지역의 대응은 삼성차 살리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동진(東進)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온 국민회의 등 여권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김창배 사회부기자 c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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