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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양지 속 과거지향'

국가정보원의 정치정보 수집부서 확대개편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치사찰로 비쳐지는 이같은 논란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사실일 경우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국정원으로서는 이를 무위로 재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먼저 예민한 반응은 정치사찰의 대상이 되는 정치권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국회정보위원회 소집을 정식 요구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안택수대변인은 “국내 정치사찰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현정권이 자신감을 잃었다는 증거”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회 본회의 5분발언에 남경필의원을 내세워 “정권의 존립기반이 흔들리자 정보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남의원은 이 자리에서 “천용택원장이 취임후 기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 담당부서에 30여명을 보강하고 대공정책실 산하에 언론단도 만들었다”고 폭로성 주장을 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이영일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자 국정원은 조직개편을 전면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냈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2차 구조조정, 언론단 신설 등 의심

이같은 논란속에 현재 의심의 눈길은 국정원내 최근 기구개편 내용에 모여 있다. 국정원은 국민의 정부 초기 초대 이종찬원장 시절 1차 구조조정에 이어 천용택원장 취임후 2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차 구조조정 당시 북풍사건과 맞물려 대북관련 팀과, 과거 정권시절 기용된 정치팀이 대거 지방으로 전출되거나 옷을 벗었다. 그런데 이번 2차 구조조정에서 과거를 지향한 조치들이 단행됐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정원은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번의 정치팀 확대 논란에 앞서 언론단 신설 의혹으로 언론까지 장악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천원장은 6월18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각 파트의 기능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답변, 사실상 기능조정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 기능조정에서 다시 꼬리가 잡혀 정치팀 확대 여부가 의심의 도마에 오른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해명자료에서 2차 구조조정은 과거와 달리 기능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단행됐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 정보수집 강화를 위해 기존 정치팀의 인력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정치팀의 확대 개편이나 지방으로 전출했던 정치팀 직원의 서울 복귀 등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황재홍공보보좌관은 “(이전 대공정책실 출신이던)공보실 인원 일부를 원대 복귀시킨 것”이라고 말해 공보실 직원 일부가 대공정책실로 전보 발령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기구를 바꾼 것도, 인원을 늘린 것도, 나갔던 사람이 돌아온 것도 전혀 없다”며 “적법하고 정당한 본연의 직무인 정보수집 활동은 하지만 사찰, 악용, 공작은 절대 안한다”고 다짐까지 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국정원

그러나 이런 팽팽한 공세_부인 설전은 차치하고 라도 외부에 겉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기관의 내부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정원의 역할에 긍정적인 일부 인사들은 국정원의 일이 국가정책을 판단하는데 2분의 1의 기여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런 마당이고 보면 지금의 현상은 국정원 자체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게 된다. 특히 천원장이 취임하면서 남긴 ‘음지 속으로 간다’는 말과 달리 국정원은 언론단 신설과 정치팀 확대 논란 등으로 계속해 양지에 출현하고 있다. YS정권 말기 안기부 정보가 곧바로 국민회의측에 흘러들어가면서 안기부내에 피아구분이 안되던 양상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정원은 내부 관련 첩보가 바깥, 특히 야당에 집중적으로 흘러들어가는 루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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