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우리는 '남'이 아니잖아"

시민단체의 문이 닳고 있다. 잇단 의혹사건에 시민단체 마저 등을 돌리면서 사면초가에 처한 여권의 발길이 우선 시민단체에 집중되고 있다.

그 층과 폭도 전에 없이 넓고 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민회의 대외협력특위가 신설됐고 김대중대통령과 김정길정무수석, 김한길정책기획수석 그리고 국민회의 정균환사무총장이 시민단체 대표들과 잇단 회동을 했다.

쓴잔을 먼저 들이킨 쪽은 대통령의 귀를 막고 있다고 비난받은 청와대. 김대통령이 19일 청와대로 시민단체 대표들을 초청, 오찬을 했고 일주일도 안돼 폐지됐던 민정수석실이 재탄생했다. 수석비서관에는 재야 시민단체에서 오래 활동해와 가교역이 기대되는 김성재 한신대교수가 임명됐다.

여권, 시민단체 대표들과 잇단 회동

국민회의는 신설된 대외협력특위 위원장 유재건 부총재 겸 총재비서실장을 선임하고 부위원장에 이길재의원을 비롯 위원에 김영환 정세균 유선호 천정배 한영애 추미애 김민석 의원을 선임, 시민단체들과 안면있는 인물들로 구성했다. 청와대 김정길정무수석, 김한길정책기획수석과 국민회의 정균환사무총장은 물밑에서 시민단체 대표들과 회동, ‘충고’를 듣고 있다.

이같은 여권의 행보에는 여러 이유가 뒤섞여 있다. 그간 시민단체들은 정권교체 과정에서는 현정권의 지지기반 역할을 했고 이후에도 정권에 우호적이었다. 지지기반이 약한 것으로 지적돼온 현 정권에 대한 정면비판을 삼가온 것도 사실이고, 사회계층간 이해가 엇갈린 여러 사안에 대해 정부가 ‘북’을 치면 시민단체가 ‘장구’를 쳐 화답한 사례도 여럿 있다.

그러나 ‘옷 로비’ 의혹과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사건을 계기로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인연이 없었던 한나라당과 밀월관계가 될 정도로 관계는 악화해 있다. 이로인해 기득권 세력 등에 계속해 발목을 잡히면서도 개혁을 외치는 정부로서는 시민단체를 끌어안지 않고는 구호남발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

회동에서 여권은 한편으로는 종래의 유대관계를 회복, 개혁의 힘이 돼줄 것을 요구하며 시민단체들이 느끼는 실망과 우려를 가감없이 전달받았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김대통령이 개혁을 최대 목표로 하면서 과거 정권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 과감한 인사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 확인 노력” 평가

시민단체들은 많은 현안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는 노력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회동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기대반 우려반이다. 경실련 고계현국장은 “민심확인 노력은 많을수록 좋다”며 “앞으로는 실무 장·차관들도 만나 각계 각층의 동향을 파악해 국정의 기본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수위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민영사무국장도 “100여개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정권 차원에서 받아들여 개혁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가 행동으로 옮겨갈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회동이 개혁을 원하는 시민사회의 올곧은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말이다. 경실련도 “정부가 정책이나 국정운영과정에서 민심의 소재와 흐름을 먼저 수용, 거기에 맞추는 노력이 개혁의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비판적인 태도가 누그러들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들은 정부의 ‘행동’을 보고 그간의 거리를 좁히거나 더 넓히거나 할 태세다. 현재로서 그 시금석은 각종 의혹을 풀기 위해 국민운동으로 벌이고 있는 특검제 등의 수용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 주간한국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5월 제2829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이탈리아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