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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감리에 '안전'이 죽어간다

‘안전불감증인가.’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초저가 감리 낙찰이 잇따르고 있어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가 6월23일 발주한 팔달구 망포동 S건설의 848가구 아파트 건축공사 감리비는 단돈 1원. 기준감리비가 18억7,000여만원인 이번 입찰에서 인천의 D업체는 입찰가를 1원으로 써내 나머지 28개 업체를 간단히 제쳤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감리를 위해 설정된 총공사비 2.5%의 기준감리비가 기준을 잃은 것이다.

문제는 이번 낙찰이 예외적 현상이 아닌데 있다. 같은달 8일 부산의 S설계감리단은 수원시 장안구 정자2 택지지구의 236가구 아파트건축감리업체 경쟁입찰(기준감리비 5억9,000여만원)에서 100원에 감리권을 따냈다. 같은달 24일에는 수원 망포동의 1,837가구 아파트(기준감리비 40억8,000여만원)의 감리권도 9,950원에 낙찰받았다.

경기 용인시가 5월 발주한 구성면 마북리 450가구의 아파트 신축공사 감리권은 기준감리비 9억여원의 7%선인 6,300여만원에 낙찰됐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2∼3개월 사이 경기도내에서 발주된 아파트 공사의 감리권 상당수가 기준감리비의 10%에도 못미치는 선에서 낙찰됐다.

초저가 응찰은 수도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대구 수성구청이 실시한 수성구 매호동 ㈜태왕의 아파트공사(248가구)에 대한 감리업체 입찰에서는 8개 업체가 참가해 이중 1원을 써낸 S업체로 낙찰됐다. 기준감리비가 3억2,000만원인 이 공사의 입찰에서는 다른 한 업체도 1원에 응찰했으나 책임감리원의 감리실적이 S업체에 뒤져 낙찰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 동신건설의 아파트 공사(567가구)에 대한 감리업체 선정에서도 기준감리비가 5억원에 달했으나 1원에 응찰한 Y업체에 낙찰됐다.

현재까지 건교부가 파악하고 있는 주택건설 덤핑입찰은 전국적으로 65건.

이같은 헐값낙찰 현상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은 건설교통부가 올해 3월24일 감리업체의 응찰기준을 대폭 완화한 ‘주택건설공사 감리지정기준’을 시행하면서 부터. 건교부는 이 제도를 통해 기술심사를 거친 감리사중 5개 업체에 한해 응찰자격을 주던 종전의 틀을 고쳐 기술심사 성적 80점이 넘는 모든 업체에 응찰자격을 주었다.

건교부가 밝힌 새 제도 도입의 목적은 입찰참여 기업에 대한 문호확대. 중소업체에 입찰참여 기회를 늘려 감리실적이 우수한 대형업체의 독식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교부의 이같은 조치는 중소 감리업체에 기회의 폭을 넓혀준 대신 피튀기는 과열경쟁을 불렀다.

저가 감리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부실감리의 우려. 공사가 설계와 시방서대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감독하는 것이 감리. 상식을 초월한 헐값에 수주한 업체에 제대로 된 감리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일 수 밖에 없다. 감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덤핑수주에 따른 감리부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도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감리업체들이 뻔히 손해볼 장사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IMF 여파로 건축물량은 극히 한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리업체 수는 2, 3년 전에 비해 30~40%가 늘어 업체간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감리업체 입장에서는 인력을 놀릴 수도 없는데다 입찰실적을 쌓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덤핑을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무분별한 정책이 과당경쟁을 조장한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요공급의 불균형 상황속에서 응찰자격 확대와 하한선없는 ‘최저가 낙찰제’를 동시에 실시한 것은 감리업체들을 궁지로 모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에 대한 감리업체의 반발도 크다. 한마디로 자포자기 상태에서 값을 써넣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혈경쟁은 부실우려와 함께 감리업체의 휴폐업 사태를 부르고 있다. 대한건축감리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5일까지 폐업한 업체가 74곳, 휴업 13곳, 등록취소 업체가 7개에 달한다. 6월25일 현재 전국의 등록업체는 총 665개사이며 대부분 업체의 평균인원은 20여명선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최저가 낙찰제가 문제의 근원”이라며 “기준가에 일정수준 이상 도달한 응찰자 가운데 최저가에 낙찰하는 부찰제(傅札制)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초저가 낙찰사례가 잇따르는데도 건교부는 소 닭보듯하다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의 사태초기 반응은 “최저가 낙찰은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다. 감리비용이 올라 갈수록 국민부담만 느는 것이다. 제도보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헐값 낙찰에 따른 부실우려에 대해서는 “부실감리를 막기 위해 해당 공사장을 특별관리할 계획”이라며 채찍론을 들고 나왔다.

과당경쟁도 업계가 자초했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 97년 7월 기술심사를 통과한 3개 업체를 선정해 입찰에 부치던 것을 98년 11월 5개업체로 확대했고, 올해 3월 또다시 응찰자격을 대폭 완화한 것은 상당부분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한양대 토목환경학과의 이태식교수(건설경영학)는 새 제도가 정착되려면 2~3년은 걸리겠지만 “일단 초저가 감리가 부실감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초저가 감리 낙찰 공사장에 대한 당국의 특별관리도 실효성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 공무원들의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효과적인 감독이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리에 대한 당국의 감독도 결국은 옥상옥의 형태가 돼 행정낭비를 초래하고 규제완화란 당초 제도개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뒤늦게 나마 덤핑입찰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건교부의 대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등 부실시공에 따른 아픈 경험들이 너무 많다.

배연해·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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