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언론 길들이기 칼 뽑았나

정부가 언론에 칼을 빼들었나. 중앙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5년만에 재개되고 전·현직 언론인에 대한 비리조사가 잇달아 진행되면서 언론계에 칼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국세청은 6월 29일부터 중앙일보 관계사인 보광그룹 3개 개열사에 대해, 1일에는 세계일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보광그룹은 중앙일보 대주주이자 사장인 홍석현씨가 대주주.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는 중앙일보를 세무조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앙언론사 세무조사는 김영삼 정부시절인 94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서울에 본사를 둔 14개 신문·방송사가 10년만에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당시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언론인 비리조사는 수위가 한층 높다. 최근들어 대한생명 리베이트 수뢰,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중앙일보 길진현 전경제부차장, 홍두표 전 KBS사장, KBS 이강균 기자, ‘용의 눈물’의 김재형 PD 등이 구속되거나 조사받고 있다. 김영일 국민일보 사장은 구연합통신 사장 시절 비자금 조성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장직을 사퇴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시각은 양갈래다. 통상적 세무조사·비리조사 차원이라는 것이 한갈래고, 정부가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 또 한갈래다. 자산 100억원 이상 법인은 원칙적으로 5년에 한번씩 받도록 돼 있고 대부분의 중앙언론사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자의 주장이다. 아울러 언론인에 대한 조사도 “명확한 혐의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정부관계와 향후 정치일정 등 상황논리를 바탕으로 한 언론 길들이기 시나리오론도 만만찮다. 더욱이 최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언론개혁을 예고한 터라 시나리오론에 실리는 무게는 더하고 있다. 박장관발언은 “현재 국내 언론사는 경제규모나 인구에 비해 수적으로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 문제도 시장논리에 맡겨 망할 언론사는 망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란 것.

언론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은 대체로 세갈래로 요약된다.

내각제 문제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것이 첫째다. 옷로비 의혹, 검찰 파업유도 의혹 등으로 도덕적 타격을 받은 집권세력이 언론의 기를 죽이며 정치일정을 주도해 나가려는 심산이란 이야기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권은 “세무조사는 통상업무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있다.

두번째는 검찰과 언론의 힘겨루기 차원에서 보는 시각.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이후 언론에 난타당한 검찰이 앙갚음을 위해 언론계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정부가 언론인 사정을 통한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 이것은 박지원 장관이 최근 “정부개입없는 자율적인 언론개혁을 지속적으로 유도해 언론의 투명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한 사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최근의 동향이‘제 5부’로 통하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비리조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원칙론의 재구조화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궁금하다.

배연해 주간한국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9월 제2847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9월 제2847호
    • 2020년 09월 제2846호
    • 2020년 09월 제2845호
    • 2020년 09월 제2844호
    • 2020년 08월 제2843호
    • 2020년 08월 제2842호
    • 2020년 08월 제2841호
    • 2020년 08월 제2840호
    • 2020년 08월 제2839호
    • 2020년 07월 제2838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모차르트의 숨결 따라 거닐다' 오스트리아 빈·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숨결 따라 거닐다' 오스트리아 빈·잘츠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