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은 '염천에 내린 소나기

07/15(목) 11:43

6월3일 오후5시,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수사본부가 마련된 경기 화성경찰서.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고 있던 경기경찰청 이동수수사지도관은 “놀랄만한 문건이 입수됐다”는 보고를 접했다. 사고가 난지 벌써 4일째. 씨랜드수련원대표 박재천(40)씨와 소망유치원 원장 천경자(35·여)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일단 구속시켰지만 씨랜드수련원 인·허가와 관련된 화성군청 공무원들의 비리 실체에 접근하는데는 애를 먹고있는 상황이었다.

이지도관은 수사관이 가져온 몇장의 노트종이를 읽어나가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씨랜드화재사고 수사가 급류를 타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몇시간 앞선 이날 오전 화성군청. 민원계장 이장덕(40·여)씨는 경찰로부터 출두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해 10월까지 자신의 상사였던 강호정사회복지과장이 전날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서 이계장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꾸준히 작성해온 업무일지와 비망록을 꺼내 몇 장을 조심스레 뜯어 핸드백 속에 접어 넣었다.

화성군청 공무원들의 난마처럼 얽힌 비리혐의를 낱낱이 밝혀준 ‘이장덕 비망록’은 이렇게 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저는 죄인입니다. 끝까지 버텼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란 말만 했다. 상사의 부당한 외압이 강요한 속앓이를 차곡차곡 기록해둔 비망록으로 ‘화성군청 복마전’의 문을 여는 키를 제공한 이씨는 끝까지 고개를 숙인채 경찰서를 떠났다.

다음은 이씨가 경찰에 제공한 씨랜드 관련 업무일지와 비망록 전문이다. dhlee@hk.co.kr

◇업무일지

▲97.12.19(금) 17:20 서신면 백미리 산107_2번지 건(씨랜드건)으로 하여 대리인인 박재천씨가 사무실에 왔다. 험한 인상 3명이 사무실에 왔음.

▲98.1.7(수) 08:25 강호정 사회복지과장 서신면건 오늘 퇴근을 못하더라도 끝내라고 지시함.

▲98.1.8(목) 청소년 수련시설 보완통보서 과장결재 득하였으나 출장가서 보류하라고 하였음(박재천 등이 군수님을 만나 보겠다고 한다기에 권영호(이장덕씨 부하직원)씨가 만나보라고 하였다고 함)

▲98.1.9(금) 보완통보서가 1월20일로 연장을 위해 1월30일로 기간을 정하여 다시 결재를 올렸으나 결재를 하지 않고 다시 질의를 하라고 하여 결재를 해주지 않음. 도청 담당자에게 전화 (보완서에 대한 설명)했더니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것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그거 허가해주는 것 하나 위임해주었더니 그렇게 힘이 드느냐’고 하면서 부군수님께 전화를 하든지 해야지 안되겠다고 함.(민원서류에 대한 처리를 방해하고 있음)

▲98.1.30(금) 09:20 과장이 불러서 갔다. 배상자안에 (박재천이)내게 전달하라고 했다며 봉투를 주었다. 5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일단 받아서 싫으면 박재천에게 주라고 하였다. 나는 받기도 싫다고 하였다. 그래도 받아서 전달하라고 하여 박재천의 주민등록번호와 농협계좌번호를 확인하여 송금하였다. 내가 굶어 죽어도 그러고 싶지 않다.

◇비망록

▲97.12.10. 간부회의가 있었다. 몇가지 지시사항이 있었다. 지시사항 후에 “우리 과도 이제부터는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겠습니다. 그러면 우선 직원부터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교체를 해야되겠습니다. 우선 사회계장님은 김인수가 장애인인데 장애인이 장애인을 돌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른 과로 보내고 정상인으로 요구하십시요. 가정복지계는 별정직을 행정직으로, 부녀복지계는 별정직을 행정7급으로 청소년담당자를 행정7급으로 요구를 하십시요. 위생계는 별정 2명을 보건직으로 당장 요구하십시요. 앞으로 우리 과는 출산을 한다든지 아픈 사람을 절대로 받지 않아야 합니다. 출산을 했다고 해서 60일을 다 휴가한다는 것은 우선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아픈사람도 있어서는 절대로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업무로 인하여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법으로 최대한 할려고 하는 것이지 어떠한 부정한 행위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다. _나쁜 자식_

▲97.12.17. 청소년보호법위반 관계로 도(담당자)에서 전화가 왔다. 서신면 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반려 결재를 안해줘서…한다고 하니 당연한 반려인데 안하느냐. (수련원)도로관계에 대하여도 설명을 했다. 마찬가지로 반려대상이라고 하면서 허가해줄 경우 도감사과에 이야기해서 감사하도록 지시하겠다며 반려토록 했다. 과장에게 이를 전달했더니 법무계장한테 이걸 하자없이…협조싸인을 받고 감사계에 문의하고 도에다 질의한 후에 하라고 했다.

(과장은)징계를 받으면 이계장하고 내가 받는 것인데 도에서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확답을 받으라고 했다. 도에다 문의했더니 질의를 하라고 했음.

청소년수련원 요금승인취소건은 당초 행정처분한대로 중지가 같은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라고.

▲97.12.19. 여성단체 협의회 교육을 마치고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왔다. 사회계 차석(회계담당)이 내게로 왔다.(16:40경) “오늘이 월급날인데 과장님께서 봉급은 하나도 쓰지를 않는가봐요. 노골적으로 돈을 달라고 그래요”라면서 천상 부녀복지계에서 10만원하고 해서 50만원을 만들어주어야 겠다고 왔다. 순간적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월급을 받아서 과장 용돈이나 대어주려고 다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우리가 무슨 돈이 있다고 개인 용돈까지 대주느냐. 개인 돈은 본인의 월급으로 쓰는 것이지. 우리도 하루 출장해야 만원인데 우리계 운영도 힘이 든 상태라 너무 한다고 나는 이야기를 했다.

“글쎄 말예요. 도대체 저도 씀씀이가 커서 견딜 수가 없어요”하며 차석이 대꾸한다. 나는 답했다. 돈달래는 사람 안주고는 못 배긴다는데 박주사가 고통스러울 것을 생각해서 주긴 주겠지만 저런 태도의 과장은 당장에 우리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나는 답변했다. 누가 이러한 공무원 사회의 부정행위를 알아서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 참으로 한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97.12.20. 나는 8시40분경 출근후 어제 말한 10만원을 (직원)에게 건넸다. 그는 받지 않고 우리계로 뺀 여비가 13만원이라고 하면서 10만원을 제외하고 3만원을 내놓았다. (과장의 행동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나는 직원에게 사실 이야기를 하고 3만원을 건네 주었다. 어이없는 공무원의 세계… 누가 이런 사람을 해결해야 하는지?

▲97.12.22. 10:30. 오산토목및 설계사무소 2명과 박재천이 사무실에 들어옴. 서류를 12월24일안에 해온다고 하며 관련내용을 복사해 갖고 갔다. 박재천은 언젠가 강호정과 함께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97.12.30. 오후5시10분쯤 강호정과장님이 불러서 쇼파에 앉았다. 내일 10시에 그놈들이 또 온다고 (모계장이) 방금전에 나한테 이야기 하는데 나는 그런 조그만놈들 앞에서 굽신대고 있기도 싫다. 내일은 확실하게 법에서 안되는 조항이 있으면 법조항을 넣어서 안된다고 하고 불가반려하려면 기관장 3심제가 있으니 그렇게 해라.

무엇이 문제인지. “글쎄 과장님 업무담당자가 권영호씨로 바뀌어서 지금 권영호씨가 검토중에 있읍니다. 며칠전 위치를 몰라서 권영호씨와 함께 다시 다녀왔고 권영호씨가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지 사용 승낙서에 도장을 찍어왔는데 저는 그러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오래 되었거나 인주에서 그런 현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본인이 찍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어머니한테 전화해보았는데 그런 내용은 알지도 못한다고 해서 신청인인 김용세씨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야겠어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다면 그런 문제는 이야기를 해야지… 내용을 다 검토해서 내일은 답변을 해오라고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김용세는 절대로 부르지 말아요. 부를 필요가 없어요. 할 이야기가 있으면 박재천이한테 이야기를 하시오. 박재천이가 임대해서 위임을 받은 것이니까 김용세한테 할 필요가 없는거에요라고 과장이 말했다.

▲98.8.11. 청소년 수련시설 등록건 사전영업행위에 대한 과태료부과 결재를 받는 중 강호정과장이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 300만원 과태료 부과 행위에 대하여 도에 질의를 한후에 부과하라고 하였다. 7월22일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고 8월8일까지 의견제출을 하도록 하였는데 통지서를 받은후 의견제출을 하지 않았다. 군수가 판단할 사항을 상급기관에 질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본래 등록을 하고 시설을 운영하여야 하나 유치원을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수차례씩이나 하고 있는자에 대하여 무슨 법의 보호가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7월15일 현지출장하여 영업행위를 중지하라고 하였음에도 7월22일 또 영업을 하고 있었다. 씨랜드건에 대해서는 과장이 이상하게도 과민반응을 보이곤해온다. 주변에 음식점 영업행위를 하는 행위도 무허가로 하고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 그 건으로 인하여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겪고있다. 차라리 과장이라는 제도가 없으면 어떨까하는 것도 생각해본다.

지금 행정구조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동사무소 사무장(6급)을 없앤다고 한다. 동사무소는 잦은 인사이동과 함께 직원(7급)위에 바로 동장(5급)이 있으면 중간통제나 업무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개인의….

우린 김용세한테 사건통지서 송부건에 대하여 받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문의했다. 받았다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강호정과장은 받았어도 의견제출을 하지 않은 것은 무효라며 다시 보내라는 것이었다. 공문을 직접 받고 본인이 의견제출을 안했다고 다시 보내라는 법이 어디있습니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을 왜 하는건지 하나하나의 말과 행동에 의심이 안 갈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고문변호사한테 찾아가서 문의를 하라고 강호정과장이 지시했다.

이동훈·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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