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향락업소 업주들에겐 내가 철천지 원수죠"

07/22(목) 14:51

아마 우리나라 차관급 공무원중 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만큼 일반인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스타’도 없을 것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동안 강위원장의 방송출연횟수만도 1,000여회가 넘어 왠만한 방송전문인 못지 않다. 강위원장은 검사다. 지금도 서울고검 검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인상은 딱딱하기 보다는 동네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청소년보호법의 내용은 그의 철저한 청소년보호의지를 담고 있다.

여름가뭄속에 단비가 내린 15일 오전, 정부세종로청사 3층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실은 결재를 받으려는 공무원들과 전화 등으로 북적거렸다.

강위원장은 “어, 사진도 찍어야되네. 그럼 면도 좀 합시다”라며 서류가방에서 면도기를 꺼냈다. “내가 이렇게 삽니다. 너무 바빠”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_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이 무시무시해졌던데요. 미성년자를 공급하거나 고용해서 접대를 시키면 10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데 심한 것 아닙니까.

“‘영계산업’은 박멸을 시킬 거예요. 그런데 아직까지 업주들이 그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같아요. 앞으로 2개월간은 특별계도기간으로 홍보와 계도를 하고 검찰및 경찰과 협조해 개정 청소년법을 적극 적용하도록 할 것입니다.”

_성개방풍조를 너무 도덕적 입장에서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 아닙니까.

“성개방과 영계산업은 완전히 차이가 있습니다. 미성년자를 상품화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지요. 전세계 어디를 가보세요. 영계산업은 일부 후진국들에서만 존재합니다. 술집에서 손쉽게 미성년자의 접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수치입니다.”

다른 질문을 하려했지만 강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밤문화에 대해 흥분했는지 이야기가 계속됐다.

“우리나라 영계산업의 확산은 단란주점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단란주점은 직장인 등이 퇴근후에 간단히 술한잔 마시고 노래도 부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주거지 주변에도 허가를 내주었어요. 그런데 여기에 접대부, 특히 미성년자들이 공급된 겁니다. 이른바 보도방이 급속히 성장한 것이지요. 단란주점은 대표적인 행정실패사례입니다. 이를 뿌리뽑기위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합니다.”

_법을 개정할 때 관련부처나 업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그래서 의원입법형식을 빌려 일사천리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크게 말이 없더라고요. 물론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못할 분위기였죠. 청소년을 보호하자는데 반대하면 망신을 당할 게 뻔하지 않습니까”

_청소년보호위원회가 출범한지 2년 됐는데 정부내 위상은 어떻습니까.

“말도 못하지요. 생긴지 얼마되지도 않은데다 관련 부처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내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는 청소년들의 속어)가 됐어요. 예를 들면 노래방과 PC방에 청소년들은 오후10시까지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때까지는 금연을 실시하자고 제의했어요. 어른 아이들이 함께 있는데 어른들이 담배 막 펴보세요. 청소년들의 흡연충동이 얼마나 커지겠어요. 그런데 관련부처에는 꿈쩍도 안하더라고요. 뭐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나. 업주들은 공개적으로 신문에 광고를 내서 청소년보호위원회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_개정 청소년보호법에 청소년을 19세 미만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18세 대학생에게 술을 팔아도 처벌받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물론 대학생도 일부 있지요. 그러나 만18세의 대부분은 고교 3년생이에요. 미국에서는 공식적으로 만 21세미만에게는 술을 못팔게 돼있습니다.”

_강위원장은 혹시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술 안하십니까.

“저도 검찰에 있을 때 술 잘마셨습니다. 그러나 10여년전 청소년보호업무를 하면서 술과 담배를 끊었어요. 불가피한 자리가 많았지만 사정도 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끝까지 술을 안마셨어요. 이제 다들 알아서 술을 권하지도 않고 저녁약속을 아예 하지 않습니다. 우리사회 남성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 업무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청소년보호위원회)에 와서도 직원들과 저녁회식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_가족들이 좋아하겠습니다.

“그렇지도 않아요. 딸 둘이 있는데 애들이 불평을 많이해요. 아빠가 청소년보호위원장이 되고 나서 규제를 너무 많이 해서 좋아하던 만화도 제대로 못보게 됐다나요.”(웃음)

강위원장은 고교 1학년인 큰 딸을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진학시켰다고 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들을 너무 과잉애착으로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 섭섭하지만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_일부에서는 정치에 뜻이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제 막 시작한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알리고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인 청소년보호업무를 알리기 위해 홍보차원에서 방송출연이나 언론에 많이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에는 뜻이 없습니다. 향락업소 업주들이 저를 철천지 원수로 생각합니다. 선거에 나갔다가는 틀림없이 떨어지고 말거예요. 저는 검찰로 돌아갈겁니다. 물론 검찰에 돌아가서도 청소년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송용회·주간한국부기자 songy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