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입'에 잠못이루는 사람들 많다

07/22(목) 16:21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신창원이 붙잡혔대.”

탈옥 무기수 신창원(32)이 전남 순천에서 붙잡힌 16일 밤. 전국 경찰관서에는 “만세” 소리가 터져나왔다.

신이 97년 1월 수감중인 부산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경찰은 ‘신창원’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경기가 들 정도로 악몽에 시달렸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신을 어처구니없이 놓쳤을 때 당시 김광식서울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이 문책성 경고를 받았을 정도로 신은 경찰의 위신을 완전히 뭉개놓았다. 신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경찰관만 57명. 지방경찰청 차장(경무관)에서부터 말단 순경에 이르기까지 계급도 골고루 분포됐다.

웃음도 잠시, “여럿 다칠것” 불안

그런데 비록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이었지만 전남 순천의 ‘시골 경찰’이 신의 은거지를 덮쳐 아무런 불상사없이 체포한 것이다. 신을 검거한 전남 순천경찰서는 김대중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격려전화까지 받았다. 경찰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였고 일선에서는 벌써부터 특진대상자를 꼽고 있다. 경찰 고위간부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도 잠시 뿐. 경찰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신이 입을 열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은 붙잡히자 마자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현재 검찰의 장악하에 있다. 수사권 독립문제를 둘러싸고 쌓인 검·경간 감정의 앙금을 생각할 때 검찰이 신의 조사를 일단 독점한뒤 경찰에 불리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걱정이다.

경찰은 김명수경기경찰청 2차장을 본부장으로 신의 탈주후 행적을 조사할 특별조사팀을 꾸렸으나 18일 오후에야 부산교도소에서 신을 조사할 수 있었다.

경찰의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신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일단 신의 탈옥이 교도소 내외부의 도움이 없이 실행된 단독범행이었으며 탈옥경로도 그동안 알려진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의 탈옥으로 줄초상을 당했던 부산교도소측은 한숨 돌린 셈이나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사건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그러나 신을 체포했을 당시 압수한 신의 일기장의 행방이 모호한 상태다. 경찰은 복사본도 남기지 않고 검찰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과 부산교도소측은 “전혀 모르는 일”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일기장 일부가 언론에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검찰은 원본을, 경찰은 사본을 놓고 비밀리에 분석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신의 행적파악이 우선이겠지만 경찰에 불리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신의 은거지에서 발견된 현금 1억8,000만원과 금은방을 차려도 될 만큼 쏟아져 나온 금반지와 롤렉스시계 등의 출처는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신은 서울의 한 부잣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현금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져 이 피해자의 신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신의 강·절도과정에서 거액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중에 공직자라도 끼여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로서도 신의 도피기간 중 강도행각을 벌인 곳이 드러날 때마다 관할 경찰관계자들은 징계를 각오해야 할 뿐만 아니라 허술한 검문검색및 방범활동에 대한 비난을 그대로 감수해야 할 처지다.

경찰 관계자는 “신을 잡는데만 주력했는데 붙잡고 나니 골치가 더아프다”며 “경찰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신의 입에 달려있는 형국”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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