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근안. 박노항 차례

07/23(금) 14:35

대한민국 최고의 도망자 3인방중 신창원이 체포되자 이근안(61)전경감과 박노항(48)원사의 행방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경 공안분실장을 지낸 이씨는 80년대 치안본부에 근무할 때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고, 박씨는 27년간 군요직에서 잔뼈가 굵은 헌병수사관으로 병무비리의 ‘원조’로 불리는 인물.

도망자 3인방중 신이 도피기간중 경찰을 따돌리는 실력이 두드러져 명성이 자자했지만 죄질이나 관련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이씨와 박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신과는 다른 신분, “검거 어려울것” 분석

특히 신과 달리 이씨와 박씨는 경찰과 군헌병대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인이었다는 점 때문에 당국의 검거노력에도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씨와 박씨가 몸담았던 경찰의 대공수사분야와 군의 헌병대는 조직내에서도 폐쇄적인데다 직원간의 유대가 끈끈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경찰관계자는 “신은 이씨와 박씨와는 전혀 다르다. 신은 강·절도범으로 전 경찰이 독한 마음을 갖고 잡으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씨와 박씨의 경우는 자기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검거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검거조들도 다른 범죄자를 추적하듯이 열정을 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 시간이 걸릴 뿐 붙잡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씨와 박씨는 이같은 배경 때문에 체포를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간첩혐의자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가에게도 ‘저승사자’와 같았던 이씨는 88년 12월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 김근태의장(현 국민회의 의원)을 고문한 혐의로 수배됐지만 12년째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검·경은 그동안 이씨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단서조차 찾지 못한 채 공소시효만 낭비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이씨로부터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납북어부 김성학씨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이씨의 공소시효는 2013년까지 연장됐다. 경찰은 올해 초 법원의 소재탐지명령에 따라 경기경찰청 강력계장을 반장으로 연고지 경찰서에서 50여명을 차출해 검거전담반을 구성했으나 아직까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밀항설’ ‘사망설’ ‘성형수술설’ 등 온갖 추측만 무성할 뿐 실제로 그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혼자 세 아들을 키우는 부인(60)이나 친척들에게도 연락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역량보다는 의지에 달린 문제

지난해 5월 군·검 합동으로 병무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한 박씨도 1년이 넘도록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고 꼭꼭 숨어있다. 박씨는 병무청 파견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원용수(54)준위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고 12명의 병역을 면제시켜준 혐의가 밝혀졌다. 군검찰은 당시 계좌추적을 통해 뇌물로 보이는 4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포착했다. 박씨는 올들어 서울지역 병무비리수사에서도 20여건의 병역면제 사례에 개입, 8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고 프로운동선수 등의 병역면제를 도와준 역할까지 드러나는 등 병무비리의 몸통임이 증명되고 있지만 있지만 행방은 갈수록 묘연하다. 군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병무비리에 관한 한 천하통일을 한 인물”이라며 “모 군의관이 저지른 병무비리 18건중 12건에 박씨가 관련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와 박씨의 도피행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들의 검거는 당국의 역량보다는 의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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