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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형 비아그라 만들겁니다"

한국도 전세계에서 10개국 안팎에 불과한 신약개발국 대열에 끼게 됐다. 기존 치료제보다 훨씬 부작용도 덜하고 효과는 좋은 위암치료제 ‘선플라’가 선보인 것이다. 대업을 이뤄낸 주역은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실장 김대기(44)박사. 짙은 눈섭에 전혀 거리낌없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쏟아내는 김박사는 연구원이라기보다는 투박한 세일즈맨의 인상이 강했다.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SK케미칼 중앙연구소를 찾아갔을 때 김박사 사무실에 걸려있는 칠판에는 방송사 신문사 잡지사의 인터뷰일정이 빽빽했다.

-유명인사가 됐네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글쎄 갑자기 그렇게 됐네요. 사실 너무 오랬동안 ‘선플라’개발에 몰두해서인지 식품의약청으로부터 최종 시판허가 통보를 받았을 때도 무덤덤했어요. 그런데 인터뷰요청이 밀려들고 고향의 ‘고추친구’들한테서도 축하전화가 오고 외국업체들까지 라이선스협상을 요청해오는 것을 보고 ‘드디어 해내긴 해냈구나’는 생각이 들어 기쁘더라고요.”

-선플라 개발이 10년 가까운 노력끝에 이뤄진 것인데 언제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까.

“90년 5월부터 시작했으니까 정확히 만 9년 2개월만이죠.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가능성은 있다고 믿었습니다. 임상시험에 들어간지 3년여만인 96년말 35명의 환자에게 투약했는데 2명은 완치됐고 4명은 암세포가 50%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명은 무려 17차례나 투약했는데 거의 부작용이 없었어요. ‘이건 된다’는 확신이 섰지요.”

-10년 가까이 개발작업을 하다보면 고비도 많았을 텐데요.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처음에는 연구원 5명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많이 도와줘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사실 ‘선플라’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물질이 있었어요. 그런데 개한테 실험을 해보니까 전부 탈수증상으로 죽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보다 효과가 좀 떨어지는 ‘선플라’를 만들어서 다시 실험했지요. 탈수증상은 있었는데 심하지는 않아서 환자를 상대로 임상시험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사람한테는 아무 이상이 없더라고요. 동물과 사람은 확실히 틀리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 물질을 계속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개발하면 되는 것아닙니까.

“어렵습니다. 물질특허보호기간이 20년인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수익성을 맞출 수 없습니다.”

-‘선플라’시판으로 회사가 돈방석에 앉게 됐는데 따로 포상은 없습니까.

“지금 약을 만들고 있으니까 9월 중순이면 판매가 되는데 연간 100억원정도의 매출이 기대됩니다. 우리회사 연간 매출액의 3분1이 넘는 액수죠. 적용대상을 늘리면 최고 연간 5,00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직장인으로서 회사와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것뿐이지 따로 성과급을 받는 것은 아직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전망은 어떻습니까.

“이제 봇물이 터질 겁니다. 어디 한 곳이라도 신약을 개발해서 ‘떼돈’을 버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 경영자들도 ‘이게 정말 돈이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투자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막연했거든요. 우리나라는 신약개발의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다만 분야별로 협조가 잘안되서 지지부진했던 겁니다. 신약개발은 내부적으로는 회사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대외적으로는 임상의사들의 협조가 관건입니다. SK그룹은 창업자(최종건)와 선대회장(최종현)이 모두 폐암으로 작고했습니다. 최종현회장님은 생전에 항암제개발에 굉장히 적극적이었어요. 제가 부장시절 최회장님께 1년에 4번이나 직접 신약개발상황을 보고했을 정도니까요.”

김박사는 무엇보다 6년간의 임상시험을 도와준 서울대병원 내과 김노경박사 등 임상의사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경력을 보니까 항암제개발에 굉장한 의지를 갖고 있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집안에 암환자가 있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지금 약이 많이 발달했잖아요. 숙취해소용 약도 있어요. 그런데 암은 안그래요. 수많은 약이 개발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약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박사는 인터뷰중에도 암환자 보호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암환자들의 절박함이 크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입니까.

“신약개발을 하다보니까 이제 신약에 더 관심이 갑니다. 비아그라보다 효과도 좋고 부작용은 적은 발기부전제를 개발할 겁니다. 그동안 연구가 많이 되서 조만간 임상시험에 들어갑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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