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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인터넷서바이벌99] 인터넷 속의 '체험! 삶의 현장'

인간은 과연 인터넷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6월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인터넷 120시간 생존게임 ‘체험! 인터넷서바이벌99(일간스포츠·PC통신 유니텔 공동개최)’는 이같은 물음으로 시작됐다.

‘인터넷’은 현대인에게 정보통신의 총아이자 만물상과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1999년 현재 국내 인터넷인프라나 전자상거래는 그 어떤 것도 명확히 입증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한 실험무대가 이번 행사였다.

스스로 실험의 대상이 되고자 한 3,000여명의 지원자를 물리치고 ‘인터넷판 로빈슨크루소’의 주인공이 된 이들은 총 6팀.

박완영(59·무직), 이성기(28·자영업)_손미숙(28)부부, 윤예숙(33·주부), 민소은(21·대학생), 곽동수(35·테크라이터·Techwriter) 그리고 비교체험대상인 전화도전자 최혁재(31·중국집 배달원)씨. 이들은 1일 오전10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삼성사이버아파트 15평짜리 독방에 갇혀 인터넷만을 유일한 생명선으로 120시간의 사이버여행을 시작했다.

참가자에게 지급된 물품은 전용선이 연결된 컴퓨터, 사이버머니 100만원(가족팀 200만원), 책상, 침대, 휴지, 수건, 인터폰, 식수 뿐. 전화사용자에겐 동일한 조건에서 전화 메모지와 볼펜만이 주어졌다. 긴급상황시에는 먹을 것 등 생필품을 3번까지 요청할 수 있으나 매번 신청물품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이버머니에서 공제해 나갔다.

참가자들은 120시간동안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몇가지 임무를 수행해야했다. 지인(知人)에게 선물보내기, 메일 주고받기, FM방송에 음악신청, 인터넷으로 친구 사귀기 등 공통과제 외에 참가자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과제도 해결해야한다.

드디어 첫 날. 입실 전 “자신있다”고 당당히 외친 이들이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우선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식사주문. 주문후 3시간여가 지난 오후1시15분에야 인터넷으로 주문한 피자가 도착했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한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봤지만 ‘인터넷시대의 주식은 피자’인듯 했다.

2일 오전10시55분. 세계 최연소 인터넷생존 체험자가 탄생했다. 이_손부부와 아들 한이와의 상봉. 이씨부부는 입실 전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아들 이한군과 함께 생존체험을 벌이겠다고 주장했지만 운영본부측은 아기의 건강을 걱정, 이들 부부가 인터넷으로 유아용품을 구하면 한이의 입실을 허락토록 했다. 당초 힘들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이들은 첫날 6시간만에 인터넷으로 분유를 비롯한 아기용품을 구입하는 데 성공한 것. 한군은 어엿한 서바이벌 참가자로 E-메일(han313@unitel.co.kr)도 부여받았다.

끼니해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첫 날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자들의 적응력엔 가속도가 붙었다.

인터넷으로 한식을 주문하기가 어렵다는 깨달은 참가자들은 아예 전자렌지 냄비 버너 등 조리기구와 일회용 음식을 장만,‘밥맛’을 보기 위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_손부부는 쌀 김치 김 등 밑반찬은 물론 청소기 식기세트 등을 구입하는데 지급액의 절반인 100여만어치를 써 아예 ‘살림’을 차린 듯 했다. 이_손부부는 채팅을 통해 “아예 눌러 사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집만 준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맞받아치는 여유도 보였다.

둘째날까지 평소 입에도 안댔다는 피자와 스파게티만으로 식사를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최고령자 박완영씨도 3일째 되던 날 한식도시락을 주문하는데 성공하며 기본적인 의식주해결에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생필품 구입이 해결되면서 외모도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옷도 입실할 때의 티셔츠와 반바지 대신 인터넷쇼핑몰에서 장만한 새 것 차림이었다.

윤예숙 주부는 평소 갖고 싶던 CD ‘영화 속의 라흐마니노프’를 장만했고 전화팀의 최혁재씨는 TV와 오디오를 구입, 틈틈이 여가도 즐겼다.

이제 남은 것은 과제해결.

직장남성을 위한 웹진을 만들기로 한 윤예숙씨는 자신의 웹진 홈페이지 제작을 도와줄 디자이너를 인터넷으로 섭외하는가 하면 모기향을 구입하는 대신 인터넷자료실에서 구한 초음파모기향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키는 재치를 발휘했다.

테크라이터 곽동수씨는 웹 캠으로 자신의 모습을 캡쳐, 체험일지와 함께 개인홈페이지에 올린 후 전세계 네티즌을 대상으로 자신의 생존상황을 생중계하며 컴퓨터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물론 참가자들의 생존과정에서 네티즌들의 응원과 정보공유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체험 2일째 게시판에는 네티즌이 보낸 수백여건의 온라인쇼핑몰정보로 생존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독방생활’로 많이 외로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해외 유학생, 주부, 초등학생, 노인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쏟아지는 메일에 답장하는라 참가자들은 오히려 시간이 빠듯할 정도였다. 특히 주부 윤예숙씨는 5년 전 연락이 끊긴 친구가 신문을 읽고 보낸 메일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가하면 곽동수씨의 경우 첫 날 주문한 과일바구니안에 그가 골초임을 안 인터넷쇼핑몰 업체측이 몰래 담배를 넣어보내다 생중계 모니터를 통해 뒤늦게 발각되는 해프닝마저 빚었다. 사이버공간에선 이미 스타가 된 곽씨의 유명세때문이다.

참가자들의 120시간 인터넷생존.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 인터넷환경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로 그 취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는 여러면에서 무리가 따랐다.

통상 주문후 2~3일만에 배달되는 것과는 달리 단 하루만에 물품이 배송된 것은 언론을 통해 이번 행사소식을 안 인터넷쇼핑업체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보안문제로 전화접속이 아닌 전용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했을 경우 PC뱅킹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대금결제방식은 또다른 해결과제로 지적됐다.

자잘한 생필품구입에서 재택근무 그리고 문화생활까지 가능해진 1999년의 인터넷. 그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인터넷이 유일한 생명선이 될 수 있는 핑크빛 미래로의 길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 산재한 과제 한가운데는 인터넷이 단순한 정보네트워크가 아닌 인간을 또다른 방식으로 묶는 진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한 ‘네티즌의 노력’이 서 있다.

임성연·일간스포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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