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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35년 공무원의 '아름다운 퇴장'

“공직생활 35년동안 원 없이 일했으니 남은 인생은 못다한 공부에 투자하렵니다.”

6월 30일 정년퇴임한 제타룡(61)전서울시감사실장의 ‘선택’이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화제다. 고위간부를 지낸 이라면 퇴직후 산하기관이나 관련업계에 ‘한 자리’ 얻어나가는 상례를 과감히 떨쳐버렸기 때문이다.

제씨는 지난해 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서일대 생활체육학과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동시에 입학, 공직생활보다 더 바쁘게 지내왔다. 진주고를 나와 군복무후 64년 부산시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그는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학구파’로 정평이 나있다. 통신강의로 미 콜롬비아 퍼시픽대 경영학과 과정을 마쳤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미국서 갓 출간된 경제학서적을 구해 탐독하는 그의 향학열에 젊은 공무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지적 욕구를 채우는데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감사실장시절 국내 최초로 ‘시스템감사 제도’를 도입한 것이나, 외환위기를 예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 등이 다 공부의 결과물이었다.

“공직자일수록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나무에 물을 주듯 두뇌에도 끊임없이 물을 줘야 어려운 문제가 닥칠 때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새로운 일을 찾아내 행정 선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제씨는 공직자의 제1덕목으로 공부하는 자세와 함께 ‘청렴성’을 꼽는다. 그는 지난해 10월 큰 딸을 출가시킬 때 청첩장을 일절 돌리지 않고 조용히 혼사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운수1과장으로 근무할 때 상을 당하고도 일절 알리지 않아 주위에서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시(漢詩)에 ‘梅一生寒 不賣香(매화는 일생을 추운 곳에서 살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는 귀절이 있는데, 공직자들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지도층의 부패로 나라가 망하는 예는 역사책속에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는 1학기 남은 대학 졸업후 체육지도교사 자격증을 따면 구청이나 동사무소의 문화강좌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단다. 행정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은 혹 어려움에 처해 자신을 찾는 후배 공무원들이 있을 때 작은 ‘도움’을 주는데 쓸 생각이다.

이희정·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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